영화 예고편을 봤다가 아~ 저거 재밌겠다. 싶어 보았더니,
재미있는 부분은 예고편에 모두 나왔다는 황당한 경험,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책 소개에서 보여준 것 이상은 없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 짜증에 열불 나기 십상이다.
차라리 <낙인>이나 <차일드 44>를 읽기 바란다.
500쪽이 넘는 책을 읽었어도 이틀이면 읽었는데, 이 책 400쪽 남짓한 책을 나흘이나 붙잡고 있었다.
그리샴이 컴백했다기에 내심 기대했다. 초심을 되찾자는 의도는 좋았다. 그런데,
<The Firm> 번역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에서 구성을 베껴온 것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제목마저 <The Associate: 어소시에트>라니 어이가 없다.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다면 서막을 참신하게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치 빚쟁이한테 몰려서 책 하나 뚝딱 써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긴장감도 반전도 없고, <리스크테이커>만 못하다.
소설 플롯과 스토리텔링이 맘에 안 드니까 번역마저 꼬투리를 잡게 되었다.
<얼터드 카본>이나 <콜드문>의 번역가가 맞나 싶다.
성의없이 대충 한 티가 난다. 스릴러, SF물 좋아하는 번역가가 자신도 성에 안 차는 작품을 번역하려니 오죽 했을까.
그동안 칭찬을 많이 들어와서 매너리즘이나 권태기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고.
그리샴의 책이 영화화된 것도 많고, 이것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영화 제작자라면 절대 안 쓴다.
요즘 <24>나 <Alias>처럼 이중 스파이, 긴박한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미드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영 밋밋한 작품이다.
다른 작가가 썼다면 별 셋은 줬겠지만, 세계적 명성이 있는 작가가 써낸 게 이 정도라니 별 하나 깎였다.
그래도 그리샴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분이라면 <레인메이커>를 권한다. 절판된 책이 합본 1권으로 나와 있음을 봤다.
그나마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변호사의 빡빡하다 못해 비인간적인 업무환경에서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