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옳은 소리지만, 재미는 없다.
한국사회를 꼬집고 치부를 드러내서가 아니라 신문칼럼조로 논평을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첸란은 중국사람으로 한.중 문화비교를 전공한 교수라 그런지 상당히 논리적이고 자료구성-글감 마련에도 정성이 배어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충분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이라도 손이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코멘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술술 읽히면서도 맛나게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다만 중국인으로서- 이것도 글쓴이가 하얼빈에서 교사생활할 때 한국으로 귀화했다고 하니- 한글을 이토록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토박이 한국 성인의 절반 수준을 웃도는 글쓰기 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
제목처럼 '살벌한 한국'을 보여주었는지 몰라도 내심 기대했던 '엉뚱한 한국인'은 못 본 것 같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본질,실체,내면이 궁금했는데 마치 한국사람처럼 얘기를 해버리니 흥미가 붙어있기 힘들다.
뒷 장의 카피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나의 맨 얼굴"은 없는 셈이다.
이 글쓴이의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려면 <웰컴 투 차이나>를 읽기 바란다. 나도 이 책을 대하고 나서야 비교 관점에서
<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사람이 하루 세끼 한가지 반찬으로 밥 먹기 힘든 이유와 같다.
정말 글쓴이의 언어구사와 필력은 왠만한 성인 한국인을 능가한다. 전문 글쟁이 수준이다. 존경스럽다.^^
저자가 쓴 중국안내기 <
웰컴 투 차이나>를 추천한다.
중국인이 왜 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무례한 인간이 되었는지 역사적 사건을 들어 차분히 설명한다. 그 밖에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엿보고
그들의 역사를 다이제스트하게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