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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June님의 서재
  •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브루스 바콧
  • 13,500원 (10%750)
  • 2009-06-02
  • : 57

이것이 소설이 아니란 걸 자꾸 잊어먹는다.

흥미로운 환경소설처럼 한번 페이지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다.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허망해졌다. 결국 이거란 말인가?

멸종위기의 주홍 마코앵무새를 지키려는 동물원 여자의 처절한 몸부림은 타버린 재처럼 사그라든다.

 

동물에 대한 사랑, 밀림에 대한 사랑, 자연생태계를 향한 사랑을 간직한 여자. 샤론 마톨라.

"이건 끝이 아니에요. 시작일 뿐이에요...결국엔 자연이 경고할 거예요."

하나의 사랑을 빼앗기고 난 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음 사랑을 찾아갈 만큼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벨리즈 시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댐 건설을 두고 개발도상국가의 정부와 기업이, "국제자연보호협회"와  동물원 여자를 상대로 한판 붙었다.

이 싸움에서 벨리즈 국민들의 참여는 정부의 결정을 뒤엎지 못한다.

환경문제가 아이콘인 시대에 환경단체의 거인 "국제자연보호협회"와 열정적인 "동물원 여자"까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는데 지고 말았다. 

개발도상국가의 부정부패가 너무나 심각해서? 기업인의 양심이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이라서? 벨리즈 시민들의 자연 생태계 의식이 희박해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워 줄 변호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부정축재를 위한 정치인의 비리와 이익극대화를 노리는 철면피 기업들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덤으로 볼 수 있다. 

벨리즈 국내 법정싸움이 영국의 추밀원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다빈치 코드>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재판과정에서 과거 식민지 시절 겪어야 했던 개발도상국의 아픔과 마주치기도 했다. 결국 댐은 공사 진행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지켜보고 나니 어느 한 쪽을 비난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악덕 기업인처럼 보였던 포티스 회장도 그렇고, 인구 25만을 쥐락펴락하는 부정비리 정치인도 역사의 질곡에서 생겨난 곰팡이같은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좋은 환경이었다면 버섯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국제적 재판을 다루는 법정의 "신문고"라는 추밀원의 결정도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댐건설을 반대하면서 동물원도 함께 지켜내야 했던 샤론 마톨라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힘을 잃는 장면은 안타깝기도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밀림에 먹이사슬이 있고 포식자와 동물, 식물이 함께 하듯이 인간사회에도 부정비리, 악덕기업, 생활운동인, 선량한 시민들이 함께 인류란 그물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다큐도 아닌, 소설도 아닌, 살아있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흘깃 본 경험이다. 세상을 살아나갈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역설적인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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