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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June님의 서재
  •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이종필
  • 12,150원 (10%670)
  • 2009-04-21
  • : 523
대통령에게 물리학 강의를 한다는 발상이 참 신선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장수를 쏘아야 하듯이, 대중을 과학의 품으로 넣으려면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이 1등 전략이 아닐까. 대학 4년 내내 운동권에 가담하여 인문과 과학에 "양다리"를 걸친 물리학자가 이 책을 낸 것은 혼돈과 무질서가 판치는 사회와 대중에 과학 마인드를 손에 쥐어주고자 함이다.~~      
 

  글쓴이는 과학을 인정하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내야 선진국도 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의식주가 충족되면 인간은 여가를 누리고 싶어한다. 손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로 영화, 드라마를 든다면, 조선의 신무기 개발을 다룬 영화 <신기전>이나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다룬 드라마 <주몽>이 뜨거운 관심에도 아쉬운 연출과 결말을 낼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과학적 마인드가 부족했다고 진단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신무기 개발 과정에서 대포의 구경(=구멍의 지름)을 구하는 공식을 위해 과학자의 자문을 구할 정도의 생각은 있었지만, 100억이 넘는 영화제작비에 과학 자문료가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대중의 과학 마인드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반면 외국 사례를 들어보면 실사영화도 아닌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를 만드는데 생물학자가 영화 스탭들에게 어류학 강의를 하고 자문을 해줬다는 사실은 헐리우드 영화가 단순히 자본과 배급망으로만 밀어붙이는 괴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대중들은 과학이란 실험으로 증명되고 경험적 지식의 이론, 체계화로 일을 추진하고 계획하는 데 들어가는 "못"하나 쯤으로 생각한다. 과학은 물건을 조립하는 못이 아니라, 못을 어디에 두고 망치를 때려야 하는 지 아는 지식이자 머리란 점을 글쓴이는 강조한다. 이를 테면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우리 대표단이 최고의 이익을 얻으려면 "게임 이론"을 활용하면 된다. 방법은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길흉화복을 말하는 사주나 풍수도 기본 원리에서 과학으로 설명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과학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모두 미신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사회 구성원에 깊이 스며든 사상이나 관습이라면 과학의 잣대로 근거를 마련하여 더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삶의 풍요로움에 보탬이 된다는 시각이다.

 

과학이 어떻게 사회현실에 적용가능하고 문제 해법을 줄 수 있는지  정치와 경제와 국방 부문에서 실례를 제공한다. 대선 후보로 나서 당선되기까지 이명박 후보가 위장전입이나 BBK 같은 폭풍에도 휩쓸리지 않고 대통령 자리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증거에 대한 평가절하(=의미축소)이론"이 있다. 흔히 Underdetermination of theory by Evidence (증거에 의한 이론의 과소결정) 라고 불리는 이것은 잘 구축된 이론 앞에선 이를 뒤집는 행위나 결과가 나오더라도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걸 뜻한다. 쉽게 말하면 평소 믿음이 가는 사람은 왠만한 잘못을 해도 이해되고 용서받는다. 국방부문에선 "육군 전투 (과학) 훈련 센터"에서 마일즈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장비를 활용한다. 전투 상황과 결과를 데이터화(=정량화,모형화)하여 작전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전략을 다듬는 기본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실제 전투에 버금가는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사회 모든 현상에 과학의 이론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 곳도 있다. 미국 경제 파탄을 막아주는 것이 "암흑 물질"이란 가설은 어긋나고 말았다.

 

이처럼 과학의 활용도가 높고 인간 생활에 도움이 되는 과학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현재 과학이 도달한 몇 가지 지표를 보여주고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 우주 여행이 왜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떻게 지원해야 효율적인지, 아인슈타인과 보어, 슈뢰딩거가 맞붙은 "코펜하겐 해석"이란 무엇이고 양자 역학이 과학사에 어떤 중요도를 차지하는지, 우주 팽창을 얘기하면서 오늘날 우주가 이 모양인 것을 해석하려면 인간을 그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인류 원리"란 무엇인지 한걸음씩 나아가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초과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이야기 재구성 능력"임을 밝히면서 과학이 발전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따라야 하고 , 인문학 발전 또한 과학의 정치한 방법론과 논리적인 사고모델을 따라 함께 가야 함을 설파한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는 직업에서 얻은 지식을 사회와 나누어야 한다고  글쓴이는 논지를 편다. 그것이 서로 잘 사는 길이라고. 일독으로 과학 원리들이 완전히 소화된 건 아니지만, 정성들여 차린 정식 코스 요리를 맛본 체험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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