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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의 단어
  • 이기주
  • 14,400원 (10%800)
  • 2024-01-11
  • : 6,022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잖아. 단어가 단순히 뜻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오래 묵혀온 마음의 향기처럼 번져 나올 때. 『보편의 단어』는 딱 그랬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낡은 돌길 위를 걷는 듯했어. 발밑은 단단한데, 그 위로 쌓인 이끼와 바람, 세월의 결이 스며 있더라. 흔히 쓰이는 단어들이 낯설 만큼 깊게 다가왔어. ‘시간’, ‘기억’, ‘사람’ 같은 단어들이 무심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 오래된 우물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지.

읽고 있으면 자꾸 멈추게 돼. 마치 창가에 앉아 먼 산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자기 얼굴을 창유리에 비춰보는 것처럼. 단어가 세상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단어를 통해 나를 설명하는 것 같았어.

결국 이 책은 화려한 언어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대신, 오래 남는 잔향을 남겨. 말보다 침묵이, 의미보다 여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그런 순간을 건네주지.

그러니까 『보편의 단어』는 단어로 빚은 서재이자, 동시에 고요한 성당 같은 책이야. 들어가면 누구든 자기만의 기도를 발견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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