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그의 강렬한 색채와 인간 본성을 파고드는 그림.
정신병원, 죽음,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노동자들의 모습과 웃음...........
작자는 죽음을 다루는 법의학자답게 수수께끼를 풀듯 하나하나 그림과 사실을 통해
반 고흐의 마지막 생을 향해 페이지를 써내려 간다.
어느 소설이 이보다 흥미로운 소재가 있을까, 어느 그림이 고흐보다 본성을 자극할까.
수록된 그림들은 퍼즐조각이 되어 형형색색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것은 고흐의 그림 속에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흐르는 물줄기처럼 자연스럽다.
법의학자로서 죽음에 대한 치밀한 노력과 고흐를 향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
투박한 두 손으로 박수를 보낸다.
너무 빠르게 읽어내려간 것 같아 아쉽다. 좀더 아주 오래 그리고 길게 써주었으면 더 좋으련만.
우리의 생은 긴듯 하면서 그렇게 짧은 것이다.
고흐의 생명은 여전히 우리들 속에 있다.
그리고 원고 혹은 교정 중의 오류가 있는 듯 한데,
1) 36페이지 반 고흐 그림 '구두 한 켤레'(1886)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것은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7~1979)의 '예술의 구원'이라는 수필 중 '움푹 패인
시커먼 구두 속에는 노동자의 지친 발걸음이 새겨져 있다' 는 구절에 주목하고 얻은 소재라 한다>
라는 글이 있다.
고흐가 하이데거의 수필에서 그림의 소재를 얻은 것이 아니라, 하이데거가 고흐의 그림
'구두 한 켤레'에서 수필의 소재를 얻은 것이라고 본다.
책 속에 나온 연도가 맞다면, 그림의 시기가 1886년이면 하이데거는 그 때 태어나기 전이기에 말이다.
2) 219페이지, 그의 사망신고서를 보면 반 고흐가 1890년 7월29일에 사망했으니까
동생 테오는 그 이후에 죽었어야 한다.
<.......형의 장례를 치른 후 테오의 건강은 매우 빠르게 나빠졌다......
1871년 초에는 합병증까지 발병하여 결국 테오는 1월25일, 향년 35세로 세상을 떠났다.>
여기서 1871년이 아니라 1891년이 아닐까.
자, 우리 각자가 멋진 고흐의 그림들로 고독한 천재 화가의 죽음을 향해 퍼즐 맞추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