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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ham님의 서재
  •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 고영
  • 10,800원 (10%600)
  • 2024-12-02
  • : 1,250
현재 진행형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메마른 잿더미로 덮힌 폐허에서
땅을 깊이 파고 물을 길어 올려
수선화를 심고 물을 주었으나,
끝내 꽃피우지 못한 이야기
그들의 사랑

💌 전부였거나 전무였거나
... 너의 고통은 너의 진실
나의 고통은 나의 진실

p20-21.'유대감' 중

시집을 읽는 내내 그 둘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

시인은 그의 연인과 시 제목들처럼
동질감. 유대감을 느끼는
보호자. 동반자. 후견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관여자'일 수 밖에 없었다.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말기암 환자와
사랑을 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관적인 나의 세계와 사랑을 주입할 수도 없고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기에도 너무 힘들어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그는 땅에 묻은 그녀를 몇년간 슬픔한 후에야
그 슬픔의 결정을 만들어 세상에 낼 수 있었다.

💌 너라는 거처에서 나는 행복했고
너라는 안식을 얻어 나는 더 괜찮아졌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p52-53. '우리에게'

슬픔에 중독됐다던 시인은 이제 좀 괜찮아 진걸까?
얼굴을 못 본 시인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 새해 새아침
첫, 이라는 말을
입속에서 굴려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금세 따뜻해지네
.
.
.
그렇게
한 사나흘 입속에 갇혀도 좋을 만큼
이 세상
첫, 마음으로 건너보고 싶네

p84. '첫, 이라는 말' 중
(시집의 마지막에 이 시를 배치했다.
슬픔을 한바퀴 휘감아 돌아 다시 첫..)

시인은 몇년 후에야 말할 수 있었으리라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몇년간 기억을 더듬으며 사랑을 슬픔하고
슬픔을 슬퍼하며 다 쏟아낸 후에야
그 입에 다시 첫..희망을 꿈꿀 수 있었으리라

글은 치유의 힘이 있다.
그가 쓴 시도 분명 그를 치유하고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도 치유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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