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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화 서재
  • 인생의 해부학
  • 가브리엘 웨스턴
  • 19,800원 (10%↓1,100)
  • 2026-09-23
  • : 2,980

_나란히 서서 이를 닦을 때 보면 남편과 나는 중년 피부의 병리학 전시물 같다. 분명 잘생긴 얼굴이지만 60년의 세월을 살아온 지금, 여러 해를 태양이 이글거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산 탓에 남편의 표피 상태는 끔찍하다. 어깨 여기저기에 털도 제멋대로 나있다. .... 햇빛 손상, 햇빛흑색점 모반이 다양한 색조로 마치 지도를 그리듯 혼란스럽기 그지없고, 그 표면의 질감은 지형도만큼이나 울퉁불퉁하다._p216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몸을 떼어내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때는 정신과 육체를 철저히 구분해서 취급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할수록 인간은 호르몬의 영향, 장에서 보내는 신호들, 먹는 음식물이나 수면 등 신체활동에 따라 좌우되는 기분과 정신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 하나둘씩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의학적으로 인체를 풀어내며 철학인문학적 사유를 하게 만드는 #인생의해부학 같은 책이 더 손이 갑니다. 저자 #가브리엘웨스턴 은 인문학 출신 외과의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죽음만이 있는 부검실의 광경을 놀랍도록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우리는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가’ 질문을 주면서 시작합니다.

 

하나하나 해체해나가는 육체는 그 전에 기능적으로 움직였던 각 부위, 한 존재의 스토리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부검실의 작업이 지나면, 뼈, 성기, 창자, 자궁, 허파, 피부, 가슴, 콩팥, 뇌, 간, 심장, 각 기관의 기능을 비유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풀어주는 챕터들이 이어집니다.

 

단순히 육체적 기능적인 측면이 아니라 우리가 감정적으로 느끼는 장기들에 대한 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뭉클함과 적나라함이 있었습니다. 자궁이나 성기, 가슴 파트에서는 여성으로서 겪었던 저자의 경험들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간, 그 묵묵함에 뜨끔한 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기의 특징을 통찰력 있게 풀어놓은 챕터들마다의 문구가 정말 대단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깊은 자아와 바깥세상이 만나는 경계, 피부’, ‘내 몸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내 몸으로 존재하기, 가슴’,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신의 무게와 같은, 뇌’, ‘어떻게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간’ 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니 기억하고 싶습니다.

 

책 속 마지막 장기는 심장입니다. 심장에서 힘차게 뿜어나가는 혈액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면, 방금 전까지 심연의 끝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해도, 살고 싶어집니다. 저자는 그런 의미로 마지막에 심장을 넣어놓았습니다. 수술실에서의 심장이식 장면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물론 이때 기증자의 몸은 비어있습니다.

 

죽음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남아있는 기증자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 까지..... 삶을 생각하게 하며 끝을 맺고 있었습니다. 삶에 대한 알아차림은 그 대상들도 배움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통찰력 있는 몸에 대한 고찰, 나다워지는 시간을 배울 수 있는 도서입니다.

 

+책 속 문장:

_욕망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욕망의 해부학을 알고, 어디를 원하는지 가리키고, 몸짓으로 표현하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내세울 수 있도록 솔직하고 노골적인 정보가 필요하다._P75

 

_뇌에서 50세제곱밀리미터를 잘라내면 그 하나의 표본 안에 뉴런 500만 개, 시냅스 500억 개, 가지돌기 22킬로미터, 축삭돌기 220킬로미터가 있다. 하지만 이런 뇌를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은 에밀리 디킨슨이다. 뇌는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으며’ ‘신의 무게와 같다’._p293

 

_심장은 단순히 우리의 정서적 자아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장을 이루는 물리적 조직과 우리의 감정은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_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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