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속 여성캐릭터, 남녀 간의 관계형태, 연애의 단계 등이 시대에 따라서 변화가 되듯이, 문학작품 속 남녀 관계, 여성과 남성 캐릭터들도 시대에 따라 동서양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비비언고닉 은 #비평에세이 #연애시대의종말 을 통해서 전통적인 서구 세계의 사랑 소설의 뻔한 설정과 전개를 벗어나는 소설들이 출연하기 시작한 20세기 문학작품들을 통해서 어떻게 사랑에 대한 탐구가 달라졌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 주고 있었다.
여기에서 다뤄주고 있는 작품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여자 주인공들이 오롯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돈 많고 잘 생긴 남자에게 구원받아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하며 스스로를 녹여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도 이겨낼 의지가 있고,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면 벗어나고자 노력하며 자신을 찾고, 낭만적인 사랑과 앞이 안보이는 열정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도 안다.
_영국에는 ‘불안정한’ 여성 작가의 전통이 있다. 앤토니아 화이트, 애나 캐번, 진 리스, 버지니아 울프가 이 계보에 속하는데, 하나같이 남녀 관계의 저변에 깔린 야만성에 영영 마비 되어버린 듯 보이며 저마다 무척이나 내면적인 산문을 썼다._p80
흥미로운 것은 ‘마음이 여린 남자들’ 파트를 통해서는 레이먼드 카버, 리처드 포드, 안드레이 더뷰스의 작품들 속 인물들이 이상적인 존재로만 그려지는 것에 대하여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에 대한 환상, 남성과 결혼에 대한 기대를 현실적으로 깨뜨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읽으면서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생각에는 전통적인 사랑, 연애, 결혼의 서사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태도와 관점, 더 이상 사랑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정의할 수 없다는 깨달음의 필요성,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조건들을 성찰할 수 있어야 하고, 문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랑 앞에서 주체할 수 없이 분노하면서도 녹아내려버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잘 살피라고 조언해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우리 삶은 전통적인 사랑과 연애, 결혼의 서사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 이여서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조금만 달리 보여도 참 말도 많고 섣불리 재단해버리는 문화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출간된 지 30여 년이 되었다는 이 책이 전혀 낯설어 보이거나 옛날 책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유효한 이 책의 논제는 연애 시대 다음을 만들어 가게 도와주고 있다. 끌려가기 쉬운 나를 섬세하게 잡아주었다. 삶의 균형이 흔들릴 때마다 찾게 될 것 같다.
_결국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토머스 하디와 입센 작품의 위대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게 바로 이것이다. 감정의 손아귀에 붙들린 남녀. 하디 소설에서는 투쟁하지만 실패하고 슬픔에 잠긴다. 입센 작품에서는 억누르고 부인하다가 파멸한다._p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