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이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패션과 이탈리아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럼 이탈리아 공인 건축사가 안내해주는 이곳은 어떤 장소일까? 건축물 중심으로 찾아보는 밀라노는 어떤 곳일까? 다양한 여행법이 있지만 특히 건축을 통해 둘러보는 루트는 일반인들이 들르는 곳들이 아닐 것임이 당연하다.
그래서 더 흥분되는 이 여행, #밀라노건축여행 이었다.
패션과 이탈리아의 상징 두오모 대성당 정도만 떠올리게 되는 밀라노를 이 관점으로 저자를 따라가 보니, 무려 6코스로 둘러볼 수 있었다. 그 나눔도 개성 있었는데, 역사유적위주, 밀라노 발전사를 알 수 있는 특유의 주거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구조물들의 혼재, 도시 재생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코스, 밀라노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 있는 동남부 지역, 밀라노 외곽의 대학, 연구, 새로운 기업 중심지까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풍성한 방문이 될 수 있는 지를 아주 잘 알 수 있는 챕터들이었다.
모두 인상 깊은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4코스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4코스 중에서도 보스코 베르티칼레와 나무들의 도서관 - 하늘로 솟은 숲, 땅 위에 펼쳐진 시 -는 주거 타워를 둘러싸고 있는 녹지와 나무들의 도서관 공원 순환산책로 바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시 구절과 나무 이름들이 참 평화롭게 느껴지면서도 아름답고 환경 친화적이여서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장소들은 심지어 낭만적이기 까지 하다. 밀라노를 가면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_평지에 옮겨 심으면 약 5만m², 축구장 일곱 개 규모에 해당하는 녹지가 건물 외벽을 따라 수직으로 자라는 세계 최초의 수직 숲이다. 이 식물들은 도시의 미세 먼지와 소음을 흡수하며, 계절 변화에 따라 건물 전체가 다른 색으로 물든다._p231
그리고 같은 코스에 있는 기억의 집, 또한 의미깊게 느껴졌다. 나치와 파시즘으로부터의 해방 70주년을 기념해서 2015년 4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현대사, 특히 파시즘 저항과 시민의 희생, 민주주의 수호와 관련된 기억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건물로, 기록 보관소이자 시민 집회 공간으로도 쓰인다’고 하니 여기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외관에 역사적 기억을 의미 있게 픽셀로 넣어놓은 점, 노란색 나선계단이 궁금하다. 특히 이런 공간이 세련된 도시의 일상 속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이들의 기리는 방식을 공기로 느껴보고 싶다.
_전시 공간은 크지 않지만, 집단 기억의 가치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은 열린 갤러리 형태로 중앙에 큐브 박스들이 늘어서 있다. 박스 위에는 이탈리아 민주화 운동과 반파시즘 저항에 헌신한 인물들이 명언, 구호, 선언물을 인쇄한 포스터가 놓여 있다. 인상적인 점은 방문객은 이 포스터를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겁지 않게, 그러나 의미 있게 이 공간이 과거를 기념하는 박제된 장소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맞닿아 있는 곳임을 보여준다._p238
이렇듯 읽는 이들에게 간접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해 주고 있었던 책이었다. #조항준 저자는 정보는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왜 이 장소를 봐야 하는가?’에 대하여 답을 해주고, 건축가의 철학, 도시적 맥락, 함께 둘러보면 좋을 주변 장소까지 풍부하게 담아놓았다. QR코드로 직접 이 장소를 짚어볼 수도 있다.
건축으로 밀라노를 여행하는 이 책, 참 좋다. 함께 길을 다녀오고 나면 밀라노가, 이탈리아가, 그리고 내가 속해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달라 보일 것이다. 건축 언어로 조금은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_외피는 날씨에 따라 인상이 훅 바뀐다. 흐린 날에는 묵직하고 어두워 보이고, 맑은 날에는 금속 패널이 햇살을 받아 시시각각 다른 빛으로 빛난다. 2023년 완공된 ENI 제6 오피스 빌딩이다.... 에너지 기업의 정체성을 지층의 적층으로, 기업 문화를 건물의 연결로 표현한 이 건물은 ENI의 철학과 비전을 건축 언어로 온전히 담아낸 결과다._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