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차갑고 단단하게 얼어 있던 하늘이 하루하루 따뜻해지는 봄볕에 녹는다. 저 먼 곳에서 활활 타고 있을 태양은 하늘을 먼저 녹이고는 땅을 데운다._p25
생명을 키우고 돌보는 이들은 모두 시인이 되는 것 같다. 이 책 #영국정원일기 를 보면서 단순히 타지에 사는 낯선 환경 속의 정원사 이야기를 넘어 문장하나하나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봄부터 시작하는 자연 속 식물들의 변화, 땅 속 이야기와 사람들, 소소한 손그림들, 다른 환경 속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종이에 큰 나무와 상록수를 가장 먼저 배치하며 시작하는 정원 설계 과정은, 모르는 꽃이름, 나무 이름들이 즐비함에도 흥미로웠고, 생소한 기계들의 작동에 관한 것도 -당사자는 곤란했었던 내용도 있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만난 듯해서 재미있었다. 영국 정원에는 고슴도치가 다니는 길을 만들어놓는다고 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것들과 배려가 기반이 되어 정원 속 하늘과 땅 한 뼘 속에 숨결이 시작되나 보다.
_정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은 아마 고슴도치일 것이다. 습한 영국 정원의 가장 골칫거리인 민달팽이를 잡아먹는 특성과 작고 통통한 외양으로 갖은 사랑을 받는다.... 고슴도치가 정원 사이를 넘나들 수 있게 하고, 한구석은 일부러 풀과 나무를 우거지게 두어 숨을 공간을 마련하도록 독려한다. 정원을 나만의 소유가 아닌 도시 모두의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_p63
이런 분위기에 꿈결처럼 걷다가, 손님을 대하는 스킬을 터득하게 된 계기 등을 얘기해줄 때면 현실 속 한 사람의 가장으로 다가와서 현실적이었다.
철에 따라, 각각의 생태에 따라 저자의 손길을 같이 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였다. 개인적으로는 매월 끼워져 있었던 저자의 수첩 속 산문 같은 시가 기억에 남는다. 돌보는 이들은 모두 예술가인 것 같다.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외국생활의 낯설음을 좋아하는 이에게도, 그냥 위로가 받고 싶은 순간을 위해서도 얼른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_어떤 나무이든 줄기가 향하는 곳은 하늘이다. 자라는 데 필요한 볕을 내려 주는 하늘에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굵은 가지를 높게 내고, 조금이나마 더 넓게 껴안기 위해 가는 곁가리를 내었다. 낙엽수의 잎이 떨어지는 가을은 하늘을 향한 나무의 사랑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계절이다._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