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누군가 뭔가를 잃어버리고는 떨어진 꽃들 사이로 찾으러 다녔던 것이 분명해. 내가 다 셀 수도 없는 발자국들을 발견했다고.... 그런데 꽃이 비에 맞아 떨어진 걸까 아니면 피어나긴 했지만 무게를 견딜 수 없어서 스스로 떨어져 내린 걸까? 깊은 밤에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달이 나무 끝에 걸려 있는 걸 보았어. 꼭 담황색 털실 뭉치 같았어...“_p20
여기 이웃으로 사는 이들이 있다... 닥나무의 새하얀 꽃이 떨어져서 만든 소리와 흔적만을 가지고도 생각의 심연을 의심으로 오고가는 이들은... 아..... 불편하다.... 여기에 흐르는 공기는 참을 수 없이 눅눅하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이고 수전 손택이 중국 최고의 작가라고 대답한 #찬쉐 의 초기작 #오래된뜬구름 은 이 작가의 문학 세계의 초석이 된 작품이라고 한다. 인간 소외와 혐오, 부조리를 말하고 있다는 이 소설은 두 말도 필요없다.
그냥 몇 페이지만 읽어도 잘 알 수 있었다. 주 캐릭터들과 주변인들의 일상에 대한 묘사는 냄새까지 난다. 도대체 이들의 상념의 흐름은 어디까지인지, 불편하지만 자꾸 따라 읽어가게 되고 이 흐름은 뭔가 싶어진다. 심지어 침대 밑 쥐 한 마리도 그 정체성을 가지는 느낌이였다.
사람의 미끈거리는 몸이 이렇게 징그럽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나? 이렇게 대화 하나하나가 신경 거슬린 적이 있었던가? 아.... 불편하다불편해... 아마도 내가 느끼는 이 부조리.. 찬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그 무언가가 정확하게 나에게 와서 꽂히는 느낌이였다.
너무 독특해서 강렬하게 남는 이 책.... 찬쉐의 미학과 심연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다른 작품들도 챙겨보고 싶다.
_“최근에는 아무런 꿈도 안 꿨어.” 그가 우물쭈물 그녀에게 말하고는 뒤로 물러서더니 문가로 걸어갔다. 가서 문을 열려는 것 같았다.
“당연하죠. 당신은 너무 바쁘잖아요.” 그녀가 그를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은 항상 변해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어쩌면 당신이 그렇게 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그렇게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하기 어려울 거예요.”_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