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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화 서재
fin
해수화  2025/11/19 01:29
  • fin
  • 위수정
  • 13,500원 (10%750)
  • 2025-10-25
  • : 1,880

_어차피 잘 타지도 않는 차. 없어도 되는 것들. 그만큼 쉽게 벌었으면 스캔들 정도는 감당해야 하는 거 아닌가. 윤주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들이 가진 부. 그건 그들의 노력만으로 얻은 것일까. 물론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노력이란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가. 윤주는 기옥의 반듯한 이목구비를 떠올리며 거울을 보았다._p67

 

기옥을 따라가면서는 가슴팍이 찡한 연민이 느껴졌다. 항상 돌아오던 연인이 오지 않고 새로운 연인과의 아이 소식을 전하며 돈을 송금해달라고 한다.. 자신과는 아이나 결혼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었던 남자가.... 외로움이 느껴지는 기옥의 공기가 나에게 까지 스며드는 듯 했다.

 

그러다 넘어간 기옥의 매니저(?) 윤주의 챕터는.... 앞에서 기옥에게서 느낀 연민이 사치처럼 다가오는 것에 스스로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윤주의 관점이 우리 범인의 시점일 것이다. 수십억의 빚을 일반인들 보다 훨씬 빨리 상환하고-물로 그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의 인기로 재산을 쌓고 일이 별로 없는 시기에도 넉넉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삶..... 윤주는 이런 기옥같은 연예인에 기생하는 듯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뭐라 할 수 없다.

 

윤주의 연장선 끝에 있는 또다른 매니저, 상호.... 그가 담당하고 있는 이는 태인인데 술자리 매너나 평소 언사가 그닥 좋지만은 않은 배우이다. 그래서 사실 불만이 많았다.

 

기옥과 태인이 함께 한 연극 뒤풀이 후에 갑자기 전해온 비보, 태인이 죽었단다. 바로 어젯밤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눴던 이가 갑자기... 사고였는데 매니저인 상호는 살아남았다. 경찰 조사를 받고 그날 밤 일을 상호는 자꾸만 복기해본다. 이랬으면 달랐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마지막 파트는 태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죽음의 순간에 어땠을까?!..

 

 

#현대문학 #핀시리즈 소설들은 언제나 여운이 깊다. 이번 #위수정 소설 #fin 도 다 읽은 후 잠시 멍하게 있었다. fin의 첫 알파벳 f는 안개fog로 ‘대단원fin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오히려 바로 그때에서야 겨우 시작되는,’ 으로 해석하면서, 질기게 되풀이되는 현실의 삶을 책 속에서 말해 주고 있었다.

 

삶에 대한 욕망을 각 인물마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들 간의 관계는 특별할 것은 없어보였지만 아주 익숙한 듯싶었다. 우리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들 안 어디에 내가 있을까? 삶을 잠식하는 안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는가!...

 

읽으면서 진하게 느껴졌던 공허는 다 보고 나서도 없어지지 않는다. 휑하지만 한편 뿌듯했다. 태인은 자유를 찾았을까?

 

공감하며 읽었다가 질문이 가득 찬 마무리였다. 오랜만에 가슴 묵직한 소설이였다.

 

 

_안개는 살아 있어. 안개를 조심해야 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보라고. 그렇게 않으면 너는 사랄질 거야. 가만히. 사라지는 줄도 모른 채 스르륵, 없어져버린다._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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