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또한 일손을 보태는 대가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아버지는 이 손님들을 <회전초>라고 불렀다. 작가들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이 서점에 들락거렸다는 것은 서점이 문을 닫은 밤에도 책에 관한 토론은 계속되었다는 말이었다._p12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제임스 조이스 등 거장들이 모여서 문학과 예술, 사회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교류를 했었던 꿈같은 곳! 이 곳을 소재로한 영화나 글도 무척이나 많다.
#소설을쓸때내가생각하는것들 은 이 서점의 문학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애덤바일즈 가 서점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대화> 중 최고의 인터뷰를 엄선한 대담집‘ 이다.
퍼시벌 에버렛, 올리비아 랭, 말런 제임스, 카를로 로벨리, 제니 장, 아니 에르노, 제프 다이어 등 20명의 작가들과의 인터뷰가 각자의 작품들에 관한 언급과 함께 시작하며 실려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 등 읽었던 책이 언급된 챕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특히 외로운 도시 속의 고독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과 호퍼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올리비아 랭 편과 시간에 관한 물리학적인 내용을 철학적으로도 다뤄줬던 카를로 로벨리 편으로 ‘시간이 흐른다’를 소환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신화 속의 여성 캐릭터에 대한 현대적 해석으로 애정하게 된 책인 키르케의 매릴린 밀러 편은 반가움이 앞섰던 시간이였다.
이외에도, 잘 몰랐던 작가들과 작품들을 미리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고 - 제프 다이어의 ‘로저 페더러의 마지막 날들과 다른 결말들’, 아니 에르노의 ‘세월’,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가 궁금하다 -,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얼마나 깊은 통찰과 지식, 준비가 필요한지도 잘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도 다르고 개성들이 강하다니!
무엇보다도 이 모든 인터뷰를 이끈 애덤 바일즈 라는 인물에 감탄하게 되었는데, 각 초대손님들에 따라 책, 문학, 예술, 글쓰기, 인문철학, 과학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지 모른다. 민감할 수 있는 페미니즘, 차별, 역사적인 사건 등에 관한 주제도 거침없이 다뤄주고 있었고,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지금의 흐름도 놓치지 않고 잡아주면서 진행해주고 있었다. 다소 맥락잡기 힘들 수 있는 인터뷰 기록에 생기를 넣어주는 적당한 유머도 놓치지 않고 있어서 글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금년에 만난 책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넣고 싶은 도서였다.
꿈의 공간, 문학의 공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의 일원이 된 기분을 잠깐이라도 느껴보시라!
_그리스 신화만큼 자주 다시 쓰이는 이야기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 세대들 사이에 천천히 퍼진 인식은 그 이야기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인데요. 매들린 밀러는 [키르케]를 통해 이렇게 관찰합니다. <종종 여성을 낮추는 일은 옛 시인들의 주된 취미인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엎드려 기고 울지 않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듯이.>_p313
_... 만약 커다란 예술적 야망을 품고 그 목표를 정확히 조준한다면 작품은 지루해지고 독자의 관심을 놓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법은, 일단 작품에 올라탄 다음 책이 어떤 식으로든 내게 말하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_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