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된다고 한다. 하지만 큰 흐름 한쪽에 언더독들의 꾸준한 목소리가 있어왔고 때로는 조그마한 균열로 시작해서 나비효과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음이 나중에 평가받기도 한다.
바로 이런 역사를 짚어볼 수 있었던 이 책, #세계사에균열을낸결정적사건들 , 생존을 위한 전략, 용기 있는 행보, 강자에 맞선 약자/결의, 지혜로운 대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사례들, 이렇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940년대에 소련에 맞섰던 핀란드의 거국적 단결과 생존,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합스부르크 군대를 이긴 스위스 동맹군, 칠레의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 히틀러에 대항한 거사를 처음 행동으로 옮긴 평범한 목수, 포르투갈의 은징가 음반데, 네덜란드의 진중한 오라녜공 빌럼, 등 잘 몰랐었던 타국의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의 기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눈길을 끌었던 양규 장군에 관한 내용, 명량해전의 이순신의 행보,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에 답답했었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대응과 그들의 용기, 그리고 이를 필름에 지켜낸 이기복 사진사, 백정 해방 운동을 이끈 양반 강상호 등.. 우리역사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모두 처한 상황이나 시대와 같은 많은 것들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주로 소수자, 압박받는 자들에게서 이런 움직임들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물론 기득권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들을 털어내고 혹은 잘 이용해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 사례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부조리함, 옳지 않음을 바로잡아가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역사 속의 이런 내용들을 읽으며 한편 안도감이 드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가려는 많은 언더독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나 될 수 있다고도 믿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좀 더 촘촘하게 해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 여기에 나오는 사건들도 같이 찾아 보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_글로스터 대대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당했다. 대대 병력 600여 명 중 죽거나 포로가 되지 않고 생환한 이는 67명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영국인답게’ 전투를 벌였고, 극한의 열세 속에서도 자리를 침착하게 지켰던 그들 덕분에 주변의 유엔군은 질서정연하게 후퇴할 수 있었다._p116
_"1972년 전국섬유노조 등 동일방직지부 조합원은 1,383명이었다. 그 가운데 1,204명이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조합 간부는 회사 말 잘 듣는 기술직 남자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녀부장이던 주길자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인 여성 지부장으로 선출되었다. 사건이었다. 노동조합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바뀌어갔다.“_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