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올해로 설립 76주년을 맞는 #간송미술관 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문화재와 유물 5천여 점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사립 미술관이다._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우리 미술품을 지키는 데 쏟아 부은 간송 선생이 만든 보화각이 지금의 간송미술관이라고 한다. 이 책, #그림소담 은 간송미술관 소장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학과 미술사 전공인 저자 #탁현규 의 입을 빌어 작품들에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사실 진한 유화의 서양화 작품들과 화가들에 대한 인생과 작품배경 등에 관한 내용들은 많이 접해본 것 같다. 헌데, 왠일인지 동양화 특히 한국화에 대해서는 이렇게 차분히 얘기 나눠본 적이 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일 수도 있고 관심이 덜해서였기도 했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문화예술 관련 도서를 한 권 읽고 보면서 사회상과 정치적 배경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그림소담을 통해서는 제목 그대로 긴긴 겨울밤 벽에 걸린 족자 하나를 보면서 옛이야기를 듣듯이 읽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백이 가득한 한국화를 보면 저절로 힘이 탁 풀린다. 그래서 풍경과 인물들, 자연 속으로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빠져들게 하는데, 이번에는 그에 못지않게 역동적인 인물그림들도 발견하게 되어 색다른 면도 알게 되었다. 특히 이인문의 #동정호의검신 은 -제목처럼 검신이 등장한다- ‘당나라 때 신선 종리권에게 가르침을 받고 신선이 되어 종남산에 들어가 수행했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검법에 뛰어나서 요괴를 물리치기도 했었고 시문에도 능해서 조선 선비들이 좋아하던 신선이라고 한다.
이런 그림 속에 숨은 스토리들이 재미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술술 맥락을 따라가게 하는 힘이 저자에게 있었다. 또한 그림들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들도 동양화를 감상하는 법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김득신의 ‘어부 노인이 취해 잠들다’에서 언급한 _그림을 볼 때는 조그마한 소품을 신경 쓰면 이야기가 보인다._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서양화도 마찬 가지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감상의 핵심중의 하나를 각인하게 된 순간이였다.
꽃, 보름달, 해돋이, 봄바람, 푸른 솔, 독락, 풍류, 이렇게 우리네 선조들이 많이 다뤘던 소재들로 만나는 그림들은 그냥 그대로 마음에 와 닿았다. 눈이 편안해지고 저절로 명상에 빠지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간송미술관으로 만나는 우리네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림과 이야기로 만나는 우리네 정서와 여유를 이 책으로 다시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늘 하루가 더 여유 있어지지 않을까!
_해 주변은 붉게 물들고 바다와 하늘은 푸르게 물들어 붉은 태양이 더 붉어졌으니 겸재 그림의 특징인 음양의 조화는 색에서도 온전하다. 또 너른 호수 가운데가 허할 것 같으니 큼직한 바윗돌 하나를 박아 넣어 음 가운데 양으로 삼았다._p96:정선의 ‘문암에서 일출을 보다’
_홀로 있는 사람 그림을 감상자가 마주한다면 훨씬 쉽고 깊이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이 순간 세상에는 저 그림 속 인물과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_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