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뉴욕- 9월 22일(특보). 증기선 로빈 굿펠로호는 동부 해안 지방을 휩쓴 <그레이트 허리케인>을 뚫고 오늘 아침 방치된 채 죽을 뻔한 기린들과 함께 가까스로 뉴욕학에 입항했다...._p9
_내 평생 몇 안 되는 진정한 친구 중 둘은 기린이었다. 나를 뒈질 만큼 발로 차지 않은 한 친구와, 고아였던 나의 가치 없던 삶과 소중한 너의 삶을 구해 준 또 다른 친구였다._p14
10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우드로 윌슨 니켈의 유품을 정리하던 젊은 연락 담당자는 그의 기린에 관한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기록을 읽게 된다. 우드로는 모래 폭풍, 더스트볼의 생존자였고 그렇게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우연히 부두에서 기린을 만나게 되고 함께 캘리포니아주로 희망을 찾아 떠나게 된다.
기린 이송 책임은 영감이란 호칭으로 통하는 라일리 존스, 2미터가 넘는 기린 두 마리를 트럭으로 싣고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것이 당연했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인간들, 그들과 겪은 경험들로 위로도 절망도 얻어가는 우드로... 하지만 우드로/우디는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였다. 동물을 돌보는 법도 잘 알고 있는 편이였다. 그는 기린들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굽히지 않는 희망에 대한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계속해 간다.
오랜 기간 여행 작가, 기자로 일했던 저자 린다 러틀리지가 샌디에이고 동물원 기록 보관소의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발견했다는 기린들과 한 남자의 이야기, 바로 이 기록을 바탕으로 #기린과함께서쪽으로 라는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기린’ 이라는 단어부터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 책은, 실화 기반이라서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동물과 한 인간과의 깊은 교감은 언제 만나도 아름답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문득 파이이야기에서 환상일지 모르는 호랑이와 소년의 대치가 생각나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교류와 한 사람의 성장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어떤 이는 인생을 살면서 믿기지 않는 큰 계기가 되는 사건들을 맞딱뜨리게 된다. 그럴 때에 어떻게 맞이하는 가가 당사자의 나머지 시간을 결정짓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렇게 용기있는 이야기는 읽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남긴다. 당시의 사회분위기와 편견들,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던 소설이였다.
_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우디. 너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노력해서라도 해야 할 만큼 정말 원하는 일이 없었어?”
물론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든 지 고작 이틀도 채 안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트럭 쪽을 응시했다. “야생에서 사는 기린들은 고작해야 25년밖에 못 산다는 것 알고 있어? 기린들의 심장은 긴 목의 혈관을 위아래로 펌프질하며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빨리 멈춰 버리는 것 아닐까. 그래도 쟤들이 그런 사실을 모른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 하지만 오, 쟤네들의 하늘처럼 높은 눈을 좀 봐. 쟤네들은 세상을 다 보았을 거야.”_p235
_살다 보면 때로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격렬하게 변해서 그저 힘들게 버티는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다. 그렇게 더스트 볼과 묘지와 허리케인은 나와 분노를 벼려 놓고 지나갔다. 하지만 때로는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느끼는 때도 있다._p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