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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화 서재
  • 나가사키의 종
  • 나가이 다카시
  • 12,420원 (10%690)
  • 2021-08-13
  • : 311

_땅이 울리는 듯한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린 순간, 지모토씨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공중으로 날려갔다. 5미터 정도 떨어진 밭 경계선에 내동댕이쳐진 지모토 씨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의 나무들은 전부 꺾이고 쓰러졌으며 잎이란 잎은 모조리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살풍경 속에 송진 냄새만 감돌았다._[‘원자폭탄이 폭발한 순간’에서]

 

_그때 쓰바키야마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는 걸까. 부상자 이송 훈련 때도 그랬고, 구급차에서 엑스레이 촬영대로 환자를 옮길 때는 세 명이 함께 들어도 무거웠는데......_[‘구조작업’에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항복을 목적으로 일본본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뜨렸다(물론 암묵적인 또하나의 목적은 새로 만들어낸 폭탄의 위력을 시험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나가사키의 종>은 이 때, 그 현장에 있었던 의사이자 작가인 나가이 다카시가 폭격, 폭발당시, 폭발 후 모습과 구호작업, 생각 등을 글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나가사키의과대학에서 방사선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바로 이 점이 책 중에 들어있는 방사선물질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미국의 원자폭탄 연구를 알고 있었던 것을 설명한다. 그냥 핵폭이후의 처참함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원자폭탄이 작용하고 폭발 후에도 그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까지도 쉽고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그 무서움을 현실적으로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_원자핵 분열에 의해 생겨난 작은 원자는..... 이 원자는 체적이 커서 진행 도중에 받는 저항도 크기 때문에 이내 속도를 잃고 마찬가지로 공중에 부유할 것이다. 이 원자는 방사능 낙진이 되어 지면에 떨어져 쌓이고, 당시의 바람 방향에 따라 주변으로 퍼지면서 오랫동안 잔류방사능의 원천이 될 것이다.

 

..... 그리고 이 미립자를 중심으로 수증기가 응결되기도 할 것이다. 폭발 직후에 생긴 버섯구름은 이 때문이며, 그 굵고 검은 빗방울도 이렇게 생겨났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당연히 거대한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폭심지의 최근거리에 있는 물체는 시커멓게 타버린다. ..... 특히 열을 흡수하는 검은색 물체는 더 심하게 타버린다. 이노우에의 눈동자에서 검은자위만 구멍이 뚫렸던 이유, 검은색 기와 표면에 거품이 일었던 이유, 옷의 검은 무늬 그대로 열상을 입은 환자가 있었던 이유, 돌의 검은 부분이 부스스 벗겨진 이유 등이 여기에 있다._[‘원자폭탄의 위력’에서]

 

 

읽으면서, 감정을 싣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학자로서의 탐구심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너희들이 전쟁을 일으켰으니 당해도 싸다’에, 어린아이와 같은 민간인들까지 싸잡아서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정치권이나 강경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분노가 치밀지만, 어쨌든 ‘전쟁’은 어떤 상황에도 용납되어서는 안되고, ‘원자폭탄’과 같은 살상무기는 영원히 없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원자폭탄’의 보유여부에 따라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지은이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원폭과 피폭 후유증, 그 처참함을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라 믿는다. 반드시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도 왜 평화로 이끌어야 하는 지 잘 알고 힘의 논리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_“... 전쟁을 미화해서는 안 됩니다. 이 원자폭탄의 어디에 아름다움이 있습니까. 그날 그때, 이 땅에 펼쳐진 지옥의 모습을 여러분이 잠깐이라도 봤다면 다시 전쟁을 하겠다는 어리석은 마음은 결코 안 들 겁니다.

 

앞으로 전쟁이 또 일어난다면 모든 곳에서 원자폭탄이 터지겠죠.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갑니다. 미담도 영웅도 없고 시도 없으며 문학도 되지 않습니다. ...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_[‘움막에 찾아온 손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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