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로문인들이 학을 뗀다는 그 이름.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2박 3일에 걸친 통영 여행 중에 다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알게 된 하루키는 자기규율에 엄격한 개인주의자라기보단 유행이나 보수적인 관습과 규칙에 무심한, 아주 평범한 개인주의자였다. 미국체류기라고 할 수 있을 이 수필집에서 하루키는 정치적 주장이나 사상적 지향이 드러나는 자신의 생각을 행간에 묻어두었는데 바로 이 점에서 그만의 글이 갖고 있는 묘미의 한 자락을 엿본 것 같다. 각각의 편에 번역과 (지극히 주관적인)사내아이라는 이미지의 울림, 중산층의 위기의식, 재즈 등의 다양한 화제를 쉽고 간명해서 읽기에 편한 문체에 녹인 글들을 읽으면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잡히진 않는데, 진심에서 우러나온 공손함이 배어 있는 내성적인 사람과 무해하면서 기분 좋은 대화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