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여지를 열어놓고 급진적인 각론을 펼쳐보이는 1부가 가장 재미있었다.
시의 정치성을 작품 외부의 견해나 이론적 틀을 끌어들여 재단하지 말라는 외침이, 읽는 과정에서 내내 귓속에서 웅웅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텍스트는 하나의 고유한 세계이며, 그 세계에 입회하려는 고투를 통해 독자는 현실과 작품 사이에 드리워진 긴장의 끈을 붙잡고 전율하며, 현실을 재기획하기 위한 에너지를 작품 안에서 발견하고, 해석의 실마리는, 어디까지나 덤으로 얻어진다는 명료한 전언! 말은 쉬워보이지만 그가 성실하게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텍스트에 들여놓은 인용과 주석(아비 바르부르크, 조르주 디디-위베르만 등등...)을 따라 읽다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다.
비평가가 자신의 주관의 최대치를 밀어붙여 쓴 글이다. 그런 이들의 글에 내장된 당파적 힘이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미래의 담론들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뭐랄까..좀 급진적인 듯?
<잡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