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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uriya님의 서재

서술자는 그래도 이 보건대를 실제 이상으로 중요시할 생각은 없다. 반면에 우리 시민의 대부분이 오늘날 서술자의 입장이 된다면 그 역할을 과장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갈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술자는 차라리 훌륭한 행동에다 너무나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다 보면 결국에 가서는 악의힘에 대해 간접적이며 강렬한 찬사를 바치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런 훌륭한 행동이 그렇게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 행위들이 아주 드문 것이고, 인간 행위에있어서 악의와 무관심이 훨씬 더 빈번하게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것은 서술자가 공감할 수 없는 생각이다. 세계의 악은 거의가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차라리 선량한 존재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간 무지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다하지 않으면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옳은 말씀이에요, 랑베르, 절대로 옳은 말씀이에요.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금 하시려는 일에서 마음을 돌려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일이 내 생각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라 여겨지니까요. 
그러나 역시 이것만은 말해 두어야겠습니다.
즉,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 하고 랑베르는 돌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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