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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사랑
- 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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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 - 2020-08-27
: 1,350
언제부터인가 마음에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보면 가슴이 쿵쿵거리고 설렌다. 자꾸 보고싶다. 사람들은 보통 이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내게도 그런 감정이 생겼고, 우린 서로 사랑을 하고 곧 결혼을 할 예정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축복 속에서 말이다.
평범한 이 사랑이 어떤 이에게 찾아오면 다르다. 사람들에게 숨겨야 하고, 또 숨길 수밖에 없으며,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는다.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랑, 비난을 받게 되는 사랑, 그런 사랑이 있다. 타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비난받고, 죄책감을 느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성소수자의 사랑에 관한 글이다.
사랑이라는 18살 고등학생 여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19살 여학생이 서로 우연한 만남에서 끌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서로 좋아하는 것이 친구들에게 이슈가 되고, 놀림거리가 된다. 비난받고 놀림을 받던 이 둘은 사정에 의해 영국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는 또 다른 세상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는 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의 수만큼이나 사랑의 색깔은 다양하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사랑의 모습이 펼쳐지고, 작가는 아무런 판단이나 평가없이 그대로 그들의 사랑을 서술한다.
사랑이 어떤 필연적인 이유로 생기는 것인가? 사랑은 그저 비가 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이다. 남과 여의 사랑만 옳은 것으로 인정하는 인간의 사랑에 대해서 이 책은, 18살의 고등학교 여학생에게 찾아온 사랑을 통해서 어쩌면 우리가 성소수자에 관해 갖는 거북함이 편견이라는 안경일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몇년 전 서울 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의 무지개 우산이 펼쳐진다는 집회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을 때 그들에 대한 나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것을 환자들의 모임처럼 거북하게 바라보았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가졌었던 내게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가졌던 그 생각이 오류일 수 있다고 말이다. 남과 여로 이루어지는 사랑, 그 교집합 속에 있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고,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주황색 불을 켜준다. 멈추기 시작하라고 말이다. 잠깐 멈춰서, 우리가 인정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랑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은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것을 넌지시 말하면서 말이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는 한편 시대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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