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 달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어요.
연말까지 내내 그럴 예정이라
이 책은 매일 밤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돌아온 침대에서
등을 켜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저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에 대해 사실 아는 바가 많이 없고
그저 자리에서 물러나신 다음에도
늘 순명으로 침묵하며 생활하셨다는 사실 정도만 들어 알고 있었어요.
그게 정말 어렵잖아요.
성당에서만 봐도 내가 한 번 단체장이나 임원을 거친 다음부터는
보이는 게 많아져서 침묵하기 아주 어렵거든요.
답답해서 뭐라도 훈수 두고 싶고,
그렇게 정신차려 보면 꼰대가 되어 있기 매우 쉽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나의 개인적인 의견과 반대되는 부분이 있어도
이를 입밖에 내지 않으셨다고 하여
그런 분의 말씀을 담은 채 그분 사후에서야 출판된 도서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정말 궁금했어요.
편집이나 수정 없이,
특히 미공개 원고까지 모아놓은 도서인 만큼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읽기엔 역시 좀 어렵구나- 생각하며
매일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5장에 다다랐어요.
여기서 아주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만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 그렇게 느낀다는 건 아니고요,
정말 안타깝게도 그런 주제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불경하다고 화내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건 사실이니까요.
바로 사제 성학대에 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를 가능한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닌 걸요.
그래서 이에 대해 상세한 배경까지 같이 써 주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글이 저는 참 반가웠습니다.
또 꼭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교회 내에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께도
위로가 될 법한 교황님의 말씀이 저는 참 좋았기에
오늘 글을 쓰며 다시금 머물러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친히 교회를 좋은 물고기와 나쁜 물고기가 있는 어망에 비유하셨다. 궁극적으로 이 물고기들을 구별해야 하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또한 교회는 하느님께서 뿌리신 좋은 밀이 자라는 밭이다. (...) 하지만 여전히 밭은 하느님의 밭이며 그물에는 하느님의 물고기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시대에는 가라지와 나쁜 물고기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씨앗과 좋은 물고기들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277쪽)
가톨릭출판사 덕분에 또 좋은 책을 한 권 읽었어요.
이번 달에도 감사드리고, 여러분께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