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카이넨님의 서재
  • 일상에서 발견한 물리학의 쓸모
  • 후위에하이
  • 23,220원 (10%1,290)
  • 2026-06-10
  • : 2,555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달 전, 아이와 함께 서귀포천문과학관에 다녀왔습니다. 항성의 생애에서 별이 늙으면 백색 왜성이나 블랙홀로 변한다는 전시물을 보았어요. 아이가 왜 그런 건지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자세한 원리를 잘 알지 못해서, 아이에게 그저 행성이 생기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그렇게 되는 거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 배운 물리학을 모조리 잊어버린 것이 영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을 계기로 천문학과 양자역학 관련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읽은 <일상에서 발견한 물리학의 쓸모>는 그때 천문관에서 품었던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해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저자 후위에하이는 전자의 움직임을 호텔 투숙객에 비유하는데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호텔이라면 투숙객들은 당연히 낮은 층을 선호하지만, 한 층에 있는 방을 다 채워 가며 북적이기보다는 차라리 계단을 더 오르더라도 다른 층으로 흩어져 한 층에 딱 2개의 방만 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비유 덕분에 '동일한 원자 안에서는 2개 이상의 전자가 같은 양자 상태에 있지 않는다'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정말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양자역학이 일상의 언어로 잘 번역된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원리가 거대한 별의 운명까지 결정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이 수명을 다하면 중력 때문에 안쪽으로 수축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힘이 생겨 별이 완전히 붕괴하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합니다. 그 결과로 별은 백색 왜성의 형태로 남게 된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의 법칙이 우주의 거대한 천체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뒤이어 나오는 과학사의 패러다임 전환 이야기들도 한 편의 드라마같이 느껴졌어요. 특히 오랫동안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겨졌던 뉴턴의 고전 역학으로 풀지 못했던 문제, 수성의 근일점(궤도상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운 점) 이동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으로 단번에 해결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학생 때 배운 물리학은 그저 공식을 외워야 하는 어려운 과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비유와 과학사를 접하고 나니, 과학은 따분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장 자세히 설명해 주는 언어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만약 학창 시절에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물리학을 조금은 덜 어려워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양자역학이나 상대성 이론, 계산식 등의 내용이 꽤 깊이 있게 등장하는 만큼, 개인적으로는 고등학생 이상이나 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