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을 줄일 방법은 없는지, 부모의 불안한 정서가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이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달심리학자 대니얼 키팅의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을 읽어 보았어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회복탄력성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같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어떤 아이는 다시 일어서고, 어떤 아이는 오랫동안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었는데요. 저자는 회복 탄력성과 연결되는 속성으로 지능, 불굴의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끈끈한 사회적 관계를 들었습니다. 비록 지능과 그릿을 빠른 시간 내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체적 방법은 찾을 수 없지만, 큰 힘이 되는 든든한 관계를 되도록 많이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과 우리 사회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가정에서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한 아이에게 교사와의 관계가 중요한 회복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극도로 예민하고 공격적인 학생에게 한 교사가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대화를 시도했고, 결국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어요. 책을 읽으며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교육법이나 대단한 환경 변화보다도,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어른 한 명의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라는 곳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또래 집단이나 센터 선생님들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도록 돕는 센터가 사회에 마련되어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한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해 이미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거대한 사회 구조와 긴밀히 얽혀 있다는 이야기에도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생애 초기의 역경과 사회적 불평등은 아이들의 스트레스 조절 장애를 유발하고, 이것이 악순환이 되어 다시 다음 세대의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미 불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무조건 노력해서 극복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어른인 우리가 먼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스트레스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정책적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막막함보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들었다는 점입니다. 유전자가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변화하는 스트레스 메틸화의 결정적 시기가 태아기부터 생후 첫 1년까지라고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모든 시기에 걸쳐 불행하게 살도록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니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다시금 정상으로 돌릴 기회가 삶의 모든 단계마다 충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불안을 낮추기 위한 해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불안을 혼자 견디게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삶의 각 단계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완벽한 부모도, 완벽한 사회도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의 곁에서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일만으로도 불안의 악순환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직장에서 직원들의 마음 건강을 고민했던 사람의 입장에서도 오래 기억에 남을 책 같습니다.
그동안 막연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나 자신의 약함 때문인 것 같아 마음 무거우셨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