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는 제게 꽤 높은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언제 다 읽지 싶었는데, 저자 짐 알칼릴리의 친절한 설명과 위트 덕분에, 복잡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세계를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었어요. 문과 출신도 양자역학의 세계에 한 걸음 들어가게 만들어주는, 정말 제목 그대로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양자 책]이었어요.
책의 첫 장에서는 양자역학의 문을 여는 유명한 실험, 바로 이중 슬릿 실험이 등장합니다. 텍스트를 읽고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거의 마술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저자 역시 마술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 실험을 설명하기 위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인용하였습니다.
처음엔 이게 어떻게 연결되지 싶었는데, 읽다 보니 이상하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자는, 시에서 인간은 결국 하나의 길만 선택해야 하지만, 양자 세계의 원자는 프로스트의 노란 숲속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설명 덕분에 하나의 원자가 두 개의 틈을 모두 통과하는 기묘한 현상, 즉 모든 가능한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이란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학창 시절에는 선택과 인생의 갈림길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배웠던 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사실 과학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 책은 내용이 무거워질 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저자의 농담 덕분에 지루할 틈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2장에서 저자는 양자혁명을 이끈 거장 닐스 보어를 소개하며, 자신의 생애와 보어의 생애가 겨우 두 달 정도만 겹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설령 만났더라도 자신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졌어요. 읽으면서 이건 물리학 박사님만 할 수 있는 유머구나 싶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책 곳곳에 이런 위트가 있어, 덕분에 부담을 덜고 끝까지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5장에서는 드디어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 나옵니다. 양자역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고실험인 만큼 책을 읽기 전부터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여기서 저자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측정의 결과가 단지 양자계 자체의 속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측 행위에 의해서도 정의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부분까지 읽고 나니 결국 이중 슬릿 실험과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모두 관측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자역학에서는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대상의 상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 때문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는 전자가 어느 슬릿을 지나는지 확인하려는 순간, 즉 관측이 개입하는 순간 결과가 달라집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자가 닫혀 있는 동안에는 살아 있을 확률과 죽어 있을 확률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인간이 상자를 여는 순간 중첩 상태는 깨지고 결국 하나의 현실만 남게 됩니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양자역학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처럼 막연히 어렵고 두려운 학문으로 느껴지지는 않게 되었어요.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비로운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학교 다닐 때였다면 어렵다는 이유로 진작에 멀리했을 이야기들을, 이제는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즐기며 읽게 되었다는 점도 제 자신에겐 기분 좋은 변화라 여겨졌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수식 대신 문학적인 비유와 다양한 유머로 양자역학이란 세계의 문을 열어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저처럼 양자역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괜히 겁부터 났던 분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펼쳐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