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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넨님의 서재
  • 연월일
  • 옌롄커
  • 15,120원 (10%840)
  • 2026-05-06
  • : 3,165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엄청난 몰입감에 이끌려 두 시간 만에 책을 다 읽어 내려갔습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는 상투적인 표현 외에 이 감각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태성 씨는 해설에서 "적어도 이 소설만큼은 하룻밤 사이에 다 읽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지만, 휘몰아치는 문장과 노인의 절박한 사투 앞에서 그 조언을 지켜낼 수 없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대기근이 휩쓴 마을입니다. 모두가 떠나버린 땅에 일흔이 넘은 노인 셴과 눈먼 개 한 마리만이 남았습니다. 살기 위해 메마른 밭을 파헤쳐 종자를 캐내어 먹고, 쥐를 잡아먹으며 버티는 노인에게는 단 하나의 목표만 남아 있습니다. 바로 옥수수를 키워내 훗날 마을로 돌아올 사람들을 위해 종자를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단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이후의 시간을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모으는 노인의 모습은 처연하면서도 숭고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소멸하더라도 미래의 생명을 피워내겠다는 지독하리만큼 아름다운 이타심 그 자체였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옥수수에 열매가 맺힐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또 다른 잔혹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요. 극한의 굶주림 속에서 노인이 결국 저 눈먼 개를 잡아먹지 않을까, 개를 옥수수밭의 거름으로 쓰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어요.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인간이 끝까지 개를 동반자로 예우할 수 있을지, 인간 본성의 마지막 한계를 시험하는 듯해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개를 고독한 사투를 함께 견뎌온 유일한 전우이자 소중한 생명 그 자체로 대했습니다. 노인은 눈먼 개 대신 스스로를 무덤으로 이끌었고 가장 낮은 곳의 흙이 되어 희망을 품어냈습니다. 이야기 초반 노인은 “언젠가 해에 굴복하지 않은 내 무덤을 보게 될 거야”라고 외쳤는데요. 처음에는 그 말이 단순한 오기로 들렸지만,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노인이 스스로의 말을 지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그들이 발견한 것은 황폐한 땅 위에 남은 옥수수 종자와 함께 땅속에서 옥수수의 거름이 된 노인의 백골이었습니다. 그리고 노인의 희생 덕분에 남겨진 옥수수 알갱이들은 다시 마을의 생명이 되어 퍼져 나갔습니다.

절망이 온 세상을 말려버린 듯한 상황에서도 끝내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노인의 모습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남긴 작은 온기와 희망 덕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살아갈 힘을 얻는 것처럼 말입니다. 노인이 끝까지 지켜낸 옥수수 알갱이들을 떠올리며,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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