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책이다. 작가의 표현처럼 ˝결코 스스로를 다 채우는 법이 없는 욕망으로 드글드글한˝ 사람들 사이에서, ˝투덜거리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함께 키득거리고 싶은˝ 등장인물들의 소박함을 넘어 가난한 소망이 어떻게 철저히 파괴되는지 보여준다.
어떤 소재로 쓴 책인지 전혀 모른 채로 읽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더 많이 소유하고픈 욕망, 자기 부동산값이 올랐으면 하는 욕망, 자기 아파트 앞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 돈과 권력이 야합하고 조직폭력배들이 등장하는... 휴, 하나 하나가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인데 이 모든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찌나 긴장을 하고 읽었는지 다 읽고 나니 몸이 뻐근하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 아주 좋았다. ˝내 복수는 죽는 걸로 시작되는 거야.˝ 결과적으로 복선을 깔고 있는 이 문장이 내가 이 책에 몰입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역시 첫 문장이 중요해!
이 책의 주제 문장을 뽑자면 이거다. ˝욕망은 사람에게 이룰 것 같은 착각만 줘요. 착각, 딱 거기까지죠. 욕망은 결코 스스로를 다 채우는 법이 없어요. 욕심부릴 것이 사라지면 욕망이 뒈져버리거든요.˝(234쪽) 등장인물들처럼 자극적으로 내 욕망을 채우려 하진 않아도 내 안에 그들과 같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인정한다. 문경민 작가는 바로 그 욕망을 직시하게 만든다.
우리 안에는 드글거리는, 다 채우는 법이 없는 욕망이 있지만, 사소해보이지만 핵심적인 욕망도 있다. 바로 일상을 살고픈 욕망. ˝준호를 재운 뒤에 자영과 함께 자리에 누울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하루를 돌아보며 투덜거리고 지긋지긋해하고 사소한 일로 등을 돌리고 화를 낼 수 있다면, 오래간만에 찾아온 좋은 일이나 웃긴 동영상을 함께 보며 키득거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243쪽)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도 이런 일상을 함께 누릴 관계가 없다면 인생 허무하겠지. 서로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우리 안의 두 욕망을 작가는 예리하게 잡아냈다.
책의 결말이 처참해서 다 읽고 나니 아주 찝찝했다. 책에서라도 해피엔딩을 보고 싶었나. 하지만 이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우리 마음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요모양요꼴이라는 걸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쓰려는 마음에는 앙심과 서글픈 감정이 깔려 있다고. 세상이, 사람이, 그리고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 생각에, 문경민 작가는 지독한 로맨티스트인 것 같다. 로맨티스트는 쉽게 상처를 입는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아빠이기에 거칠고 잔인한 이 세상에서 사는 게 더 아플 것이라 짐작만 한다. 나는 그저 작가가, 작가의 가족이 덜 아프길 바라고, 연약하고도 악한 우리가 조금만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