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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kakim님의 서재
  •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리커버)
  • 레이첼 헬드 에반스
  • 15,300원 (10%850)
  • 2020-06-05
  • : 555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다시, 성경으로』는,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책이었다. 그래서 에반스의 책을 다 읽어야지 해놓고서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얼마 전에 읽은 피터 엔즈의 『확신의 죄』에서 에반스를 언급하는 걸 보았다. 그래서 이번엔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을 읽었다. 총평은, 기발하고 유쾌한 에반스를 만나 수다 떤 느낌이다.

 

성경적 여성, 성경적 교육, 성경적 성교육 등, 에반스는 ‘성경적’이라는 단어를 선별적으로 남용하는 복음주의자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완전 동의! 성경에서 어떤 부분을 취사선택해서 ‘성경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가 얼마나 잦은가. 차라리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그래서 에반스는 자기가 직접 1년 동안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보는 실험을 한다.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성경에서 말하는 바를 일상생활에서 구현해 보는 모험을 한 것이다. 머리를 기르고, 정숙한 옷차림을 하고, 요리를 배우고, 기도할 때 머리를 가리고, 남편에게 복종하고, 동트기 전에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험담을 삼가고, 교회에서 잠잠하며, 생리 기간에는 스스로 격리된 생활을 한다. 이렇게 하면서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살아봄으로써 소위 ‘성경적’이라고 강조되어 온 여성성의 허와 실을 드러낸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주로 남성 목사님들이 이상적 여성상이라고 설교하는 잠언 31장 10절의 ‘현숙한 여인’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히브리어 ‘에쉐트 하일’을 ‘용맹한 여인’으로 번역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에반스는 잠언 31장은 여성을 향한 송가인데 여성이 지녀야 할 생활양식으로 자리바꿈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하바라는 유대인 여성에 의하면, 유대인은 ‘에쉐드 하일’을 규범으로 사용하지 않고 여성을 칭찬하고 존재를 인정하는 감탄문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나의 에너지와 창의성으로 가족에게 복을 전해 준다는 이유로 저를 칭찬하는 겁니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걸 할 수 있어요. 당신도 잘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므로 잠언 31장 여인은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했느냐, 즉 용감하게 했기 때문에 칭찬을 받았다. 나도 나의 일을 용감하게 하면 에쉐트 하일, 용맹한 여인이 되는 것이다. 용감하게 결혼했고, 용감하게 자식들을 낳았고, 용감하게 입양했고, 용감하게 호모레겐스를 시도했고, 용감하게 손님을 초대했다. 이 책에서 에반스는 아이를 갖고 양육하는 것에 굉장히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9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두 아이를 낳았으니 에반스는 충분히 용감한 여성이다. 에쉐트 하일! 우리 모두 서로 ‘에쉐트 하일’이라고 칭찬해주면 좋겠다.

 

이 책의 한 가지 단점은,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실험한 여정을 공개한 블로그 글들을 엮다 보니 내용이 너무 장황해졌다. 그럼에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와 균형 잡힌 관점이 조화를 이루어 나와 동료여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성경에서 칭송받는 여성들은 전사, 과부, 노예, 자매 아내, 사도, 교사, 첩, 왕비, 이방인, 창녀, 예언자, 어머니 그리고 순교자들이다. 이 여인들의 이야기가 책장 밖으로 뛰어나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일종의 보편적인 이상에 순응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문화와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믿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다. ‘성경적 여성성’을 하나의 정의로 단순화하고 싶을지 모으지만, 여성이 되는 단 하나의 정도는 없다.”(399쪽)

 

“우리는 모두 선택을 한다. 우리는 모두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우리 삶에 적용할 것인지 고민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찾아 성경을 펼쳐 읽으며, 그것을 찾을 때 어떤 경향을 지닌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문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편견으로 읽고 있는가, 판단과 힘, 자기 이익과 탐욕이라는 편견으로 읽고 있는가?”(400쪽)

 

“어떤 랍비들에 따르면, 우리는 태어날 때 하나님과 줄 한 가닥으로 묶여 있다고 한다. 그 줄은 우리가 죄를 지을 때마다 끊어진다. 그러나 죄를 회개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로쉬 하샤나 기간(유대인의 설날-추가)에, 하나님이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셔서 줄을 다시 잇는 매듭을 짓게 하신다. 그러면 겸손하게 뉘우친 자들은 다시 한 번 하나님께 묶여진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하기에, 우리는 누구나 때때로 의에 이르는 길에서 실족하기에, 우리 줄은 매듭이 잔뜩 지어져 있다. 그러나 랍비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듭이 많은 줄은 매듭이 없는 줄보다 더 짧으므로, 죄를 많이 지었으나 겸손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하나님과 더 가까이 있다고.”(4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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