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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kakim님의 서재
  • 부서진 사람
  • 피터 맘슨
  • 22,500원 (10%1,250)
  • 2021-04-30
  • : 432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사는 지인들이 제법 많다. 물리적, 시간적 경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이런 생활방식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사도 아니고 심지어 공동체 회의론자인 내가 『부서진 사람』을 읽은 이유는 전적으로 출판사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바람이불어오는곳’은 내가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다시, 성경으로』를 출판했다.

 

『부서진 사람』은 아버지 에버하르트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동체에 관해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책에는 하이너라고 등장한다)를 중심으로 풀어낸, 일종의 기록문이요 역사서다. 마치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저자인 피터 맘슨은 하이너의 외손자다. 여느 청년이나 그러하듯,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던 피터는 어느 날, 외할아버지에게서 사랑받았던 따뜻한 감정을 떠올린다. 본인을 위해 외할아버지의 자취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하이너는 “신비주의에 매혹을 느끼고, 아주 민감하며, 타인에게 헌신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 역시 자신만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그의 단점을 꿰뚫어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버지 에버하르트가 곁에 있었다. 아버지에 이어 공동체의 지도자로 살아가는 하이너에게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다. 공동체의 후원자로 하이너와 친구가 된 톰은 그 이유가 하이너의 인상과 인품 때문이라고 한다. 하이너와 이야기 나눈 사람들이 ‘이 사람은 정말 내게 관심이 있구나’라고 느꼈다니, 그의 덕과 성품은 지도자로서 본받을 만하다. 하이너는 공동체의 아이들 마음도 살핀다. 아이들 마음에 불편한 구석이 있으면 곧바로 알아채고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지도자였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지칭한 하이너의 친구 자니는 말했다. “산더미 같은 인간의 고통을 접하다 보면, 특히 나 같은 사회주의자는 마음이 무뎌지는 경향이 있다. 개별적인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그래야 용기를 잃지 않고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하이너는 정반대다. 절대 매몰차게 마음먹지 못한다. 그런 사랑은 슬픔에 찬 개인의 마음을 바로 꿰뚫는다. 참으로 순수한 희생이다.” 목표보다, 문제해결보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진 지도자가 있는 공동체는 뭔가 다르다.

 

어느 공동체나 그러하듯, 하이너는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배신을 겪는다. 하지만 배반을 당하고도 그는 당사자를 다시 신뢰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그의 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필요하네!”라는 말을 실천한 셈이다. 프리마베라 공동체를 썩게 만든 장본인을 용서하고 그를 다시 전적으로 신뢰한다. 웬만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판단이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사는 브루더호프 공동체가 셀 수 없이 많은 부침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것은 이러한 하이너의 지도력 덕분일 것이다.

 

하이너는 교리나 신학에 매여 쩔쩔매는 사람이 아니다. 말씀을 실천하는 데 애썼고 실제로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입혀 주고, 열심히 밭을 갈아 농작물을 나누고, 집을 지어 갈 곳 없는 자들을 머물게 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기를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 아니라 부서지기로 작정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 시대는 참으로 절박한 시대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우리에게 빛이 비춰서 사랑의 메시지, 새로운 사랑의 길이 온 세상에 전파되기를 기도합니다.” 유언 같은 그의 발언이 숙연하게 한다. 그가 보여준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복음의 삶을 나는 내 삶에서 어떻게 구현해내야 할까. 난감한 숙제를 받아들었다.


https://www.facebook.com/amykakim/posts/4326796477405071


#부서진사람 #바람이불어오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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