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의 첫인상은 그 충실한 제목답게 저자 슬라브어문학 교수인 나리만 스카코브가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해석해주는 논문같은 내용이라 영화언어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는 한 조금 쉽지 않을 수 있겠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이 상징적이고 롱테이크가 많으며 흑백을 선택해 쓰기 때문에 지루해하는 대중들도 많기 때문이다. 다 구하기도 쉽지 않은 이 거장의 작품들 중 운좋게 일반인인 내가 본 영화들은 <솔라리스>(리메이크 도 포함)와 <희생>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정도 인데, 아마 <안드레이 루블료프> 도 몇테이크, 혹은 몇시퀀스를 최근에 서울 피크닉 전시회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이 책을 읽다보니 각잡고 <거울>, <스토커>, <향수> 도 보고싶어서 이 감독의 세계를 텍스트로서 좀더 깊게 파헤치고 직접 감상하고 싶은 생각도 무척 들었다.
전반적으로 문학적인 접근이지만 신바이신 연출을 포함한 (무비가 아니라) 필름비평/시네마비평도 밀도있게 들어가있다. 또한 안드레이의 위대한 시각적 표현을, 그것을 알아보는 저자의 넓은 식견에도 감탄하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들, 그리고 거울이나 환영을 사용하여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내러티브 속에서 어떻게 보여주는지 한국 영화인들에게 타르코프스키학을 배울수 있는 교과서가 될 것 같다.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지만 국내번역이 적어 극심한 정보격차가 있다고 한다. 성경(요한계시록)이나 단테의 작품, 여러 명화들과 음악들 등 서브텍스트를 많이 알아야하고 미학적인 미장센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시도인 시간을 공간에 녹이는 역학으로 이 종합예술을 뜯어보기에는 - 전공으로 영화를 공부한다는 전제하에 감독의 작품들에 대해 배우려면 대학에서 필수적으로 한 학기를 들여야할 정도의 양이지만, 나는 노르웨이 친구가 10년도 더 이후에 우연히 이 감독에 대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모호하고 난해할 수 있는 그의 영화작법에 철학적인 식견을 더하고 언어로(verbally) 번역해주는 저자는 내가 감상했던 그의 영화를 보다 탁월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기억속에 남겨주었다. 시나리오도, 여러 근거나 다른 자료를 들어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때문에 한번 더 보게 된다면 못봤던 것들이 발견되고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게 된다. 이 책으로 인해 타르코프스키의 저서 <시간속의 조각(봉인된 시간)>도 일차적으로 직접 읽어보고 싶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