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문화 공진화론
lalan 2024/08/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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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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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 2024-07-30
: 1,175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를 잇는 진화론의 고전.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대표하는 과학저서다. 2009년 판본 ‘유전자만이 아니다’에 주석과 서문이 보강돼 재출간된 책. 환경과학박사 피터 J. 리처슨, 인류학박사 로버트 보이드가 썼다.
다 유전이야.
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이런 식의 회의와 안도가 뒤섞인 조언을 듣는다.
키, 성격, 두뇌 등 얼마간 타고난 유전 형질이야 있겠지만, 후천적 교육과 환경, 사회 문화의 영향도 분명하지 않은가. 한 부모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도 같은 삶을 살지는 않으니까. 언뜻 생각해도 인류는 유전과 문화의 공진화적 산물이다. 이 책은 그 직관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로 풀어낸다.
흥미로운 예시 중 하나는 자녀 수에 관한 연구.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는 자녀 수가 적은 사례가 꽤 많다. 왜 생존에 유리한 좋은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지 않을까. 유전자의 제 1목적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이기적 유전자》의 전제를 고려하면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현상은 유전자 진화론의 대표적인 ‘예외’다.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경쟁 우위에 설수록 많은 자녀를 가져야 옳지만 문화적으로는 적은 자녀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부모 자신도 계발하는 개체가 유리하다. 출산율 저하는 유전자가 문화적으로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것.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도 비슷한 사례가 언급된다.
“가톨릭 신부, 불교의 승려, 중국의 환관처럼 아이를 갖지 않는 엘리트의 등장은 자연선택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에 모순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이 아이 낳기를 포기했으니 말이다. 금욕의 원인은 먹을 거리가 부족하다거나 짝짓기 상대가 부족하다든가 하는 환경적 조건이 아니다. 가톨릭 교회가 10여 세기 동안 살아남은 것은 ‘독신주의 유전자’를 물려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약과 가톨릭 교회법의 ‘이야기’를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p.60
예외의 예외들도 떠올라 슬쩍 반박하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유전자를 넘어선 ‘언어와 문화, 이야기의 힘’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언어이며, 역사적으로 언어는 문화 전파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사려 깊고 지적으로 엄격하며 논점이 명쾌하다,”는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추천사처럼 촘촘한 사례와 명확한 논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다만 배경지식이 부족한 일반인 독자로서 진화심리학과 인간 행동 생태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밀도가 가볍게 와닿지는 않았다. 도입부에 실린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에 따르면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 수잔 블랙 모어의 《밈》, 최재천의 《다원지능》, 데이비드 무어의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와 함께 읽으면 인간 행동과 사회 진화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키듯 좋은 독서는 시야를 확장한다. 타인의 눈으로 본 세상을 간접 경험하며 우리는 인식의 틀을 넓힌다. 다양한 학문적 접근으로 인간 행동과 심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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