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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님의 서재
  • 그게 다는 아니에요
  • 미바.조쉬 프리기
  • 13,050원 (10%720)
  • 2022-10-28
  • : 91
“사랑과 혐오 둘 중 사랑이 더 힘이 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내가 틀렸다. 사랑은 기대보다 힘들고, 혐오는 매혹적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은 아주 손쉽게 당신을 사로잡을 수 있다. 누군가의 사랑을 조롱하는 혐오의 얼굴은 매우 폭력적이다.”

어떤 글은 어떤 감상도 덧붙이고 싶지 않을 만큼 좋은데 이 에세이가 그랬다. 자칫 책을 평하는 것으로 여겨질까 조심스럽지만, 과하지 않은 파스텔톤의 표지와 마음에 닿는 제목, 꾸미지 않은 사려깊은 문장들과 지나치게 발랄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선한 온기까지 책이 주는 모든 감각이 알맞게 아름다웠던 책.

그게 다는 아니에요. 어떤 이에겐 당연할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 말을 품고 살지 않는가. 무수한 오해와 무관심을 헤아리다 입을 다물고 말지만. 말보다 글이, 글보다 장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문장 안에 마음을 다 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림으로 다 담지 못한 마음들을 엮었다’는 이 책은, 10년 간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을 만들어 온 미바와 조쉬 프리기의 첫 에세이다.

“어느 날의 기억은 스스로 단단해졌다고 생각한 마음을 기어이 뚫고 들어와 미세한 균열을 만들기도 한다.” “땅에 발을 딱 붙이고 삶이 던져준 숙제들을 풀어가는 데 집중한다. 삶이 거칠고 고될수록 죽음 앞에서 분명한 것은 사랑 뿐.”

유난히 춥던 11월 어느 날에는 내 마음같은 문장들로 하루를 살고, 나를 제외한 세상이 빠르게 흐르던 순간에는 봄날의 『셀린&엘라; 디어 마이 그래비티』를 떠올렸다. 셀린과 엘라에 대해 미바가 말했듯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알 수 없어도 계속 가보는 것. 그 담담한 태도가 나에게도 돛이 되었다.

글의 쓸모와 작업물의 쓸모, 스스로의 쓸모를 고민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었다. 분명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경험을 하는데도 같은 문장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일, 그 멀고도 가까운 기적이 문학이 길어내는 커다란 쓸모가 아닐까 한다. 10년이 되면 에세이를 내자던 ‘우스갯 소리’를 실현해 주신 두 분께 독자로서 감사함을 전한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아이에게 졸면서 책을 읽어주다 기억 없이 잠들던 새벽, 자주 소진돼 나약해지는 마음에 힘을 주었던 마지막 문장을 옮긴다.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을 한 겹씩 벗겨내며 함께 걸어갈 것이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삶의 궤적을, 각자의 속도로’ 최선을 다해 그리고 있을 누군가에게도 이 문장들이 찰나의 온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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