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 그리고 이야기
lalan 2022/10/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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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트리스의 예언
- 케이트 디카밀로
- 13,500원 (10%↓
750) - 2022-09-30
: 661
“사랑, 그리고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뉴베리상 수상과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으로 알려진 케이트 디카밀로의 작품. 전에 읽은 뉴베리상 수상작들은 대체로 어둡고 신비로운 판타지 소설이었고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선입견으로 좀 늦게 시작했는데 웬걸,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설레기까지.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 여자가 읽거나 쓰는 것은 불법인 곳. 예언서 <슬픔의 연대기>에는 언젠가 한 아이가 세상을 구원할 거라고 적혀있다. 그 아이가 여자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무시되었지만 ‘읽고 쓸 줄 아는 여자아이’ 비어트리스가 등장하며 변화가 시작된다.
인어공주가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었다면 비극이 아니었겠지. 언젠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비어트리스를 돕는 수도사 에딕이 ‘구시대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비어트리스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인어꼬리모양의 빗을 떠올리고, 후반부에 비어트리스가 왕에게 전하는 이야기 속에도 인어가 등장한다. 그 때문인지 그녀가 글자를 알게 된 인어공주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마침내 집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신화적인 설정, 맑고 선한 가치와 신념을 지키려는 아동문학 특유의 간결한 서사구조도 매력있다. “저 애는 일부러 즐거운 척 하는 것 같아. 마음 깊은 곳에는 슬픔이 있는 것 같거든.” “용감하다는 것은 도망가지 않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 사랑하는 것,”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에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하고.
제목은 예언이지만 중요한 건 예언이 아니다. 진정한 친구의 존재, 이야기, 그리고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을 가꾸려는 아이와 어른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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