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an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다른 딸
- 아니 에르노
- 10,620원 (10%↓
590) - 2021-06-22
: 1,016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을 날이 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에르노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언니에 대해 쓴 편지로 알고 있었고 굳이, 그 고통에 참여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아니 에르노는 그의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에서 “문학은 인생이 아니라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 혹은 밝혀야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인생의 불투명한 부분을 밝혀 ‘죽은 자를 깨워 다시 죽게 하는’ 일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작업이었을 것. 아니 에르노에게 그것은 글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었고 넓게는 그것이 쓰기만이 갖는 치유의 힘일 것이다.
혹자는 아니 에르노의 짧은 자전적 소설 일부만을 읽고 불륜이야기가 노벨상 수상의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 독자이자 팬이라 자처하면서도 읽음이 짧아 이에 근사한 반론을 펼치기는 어렵지만 <다른 딸>을 통해 사랑과 글쓰기로 점철된 아니에르노의 삶을 조금은 더 깊이, 새로운 각도로 이해하게 됐다.
제목 <다른 딸>은 죽은 언니가 아닌 아니 에르노 자신이다. 예고없이 등장한 죽은 언니의 존재로 불현듯 ‘다른’, 즉 ‘이외의 것’ 으로 전락해 금지된 존재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삶. 열 살 소녀에게 그것은 부모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온전한 사랑과 인정을 침묵하는 누군가와 나눠야 하는 일이었다.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 어떤 유년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자아의 일부로 남는다.
“나는 쫓겨났다. 그러니 이제는 사랑 속에서 살 수 없고 단지 고독과 지성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당시 적은 일기가 아니 에르노의 마음을 대변한다. 유년기 부모와의 관계가 미래의 배우자 혹은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 않나. 지성인으로서 이룬 성취에도 자신을 완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했다.
아니 에르노는 내면의 그림자를 글쓰기로 승화시켰고 개인적 경험은 모두의 서사로 확장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정확한 언어로 독자 깊숙한 곳의 어둠을 밝히는 일, 그것이 그녀의 텍스트에 위로받고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지. 누군가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글쓰기가 주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과 좀 더 친해지는 뜻밖의 선물을 받게될지 모른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