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네티즌인 동시에 현실에 발을 딛은 인간이다.
또한 웹에서 자신이 생산해낸 것을 개인적인 자료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러한가?
당장 구글이나 페이스북만 해도 광고 페이지에 당신이 한 번이라도 검색했던 물품을 광고하지 않나.
우리가 흔히 SNS라고 부르는 페이지는 이용자에게 사용 권한을 부여할 때 인터넷상 행위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 패킷을 함께 심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일단 기록으로 남은 데이터는 SNS회사에서 생성한 패킷과 기타 봇이 긁어간다. 긁어간 데이터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기록을 빼앗긴 당사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내가 원하는 공개 범위까지만 퍼질 거라고 믿고 있었던 기록은 순식간에 웹 여기저기로 퍼져나간다.
"당신이 키보드를 두드린 순간, 프라이버시는 사라진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과연 우리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받는 수준의 사생활 보호를 기대할 수 있는가.
박재범, 아이유, 방탄소년단이 한때 구설에 휘말린 원인이 뭐였던가.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소위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웹에 해당 정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구글에 키워드를 치는 것만으로도 소위 '신상털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웹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사생활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책에서는 '개인적인'공간에 올린 자료(사진이나 글, 그림 등)가 엉뚱한 곳으로 퍼져 나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위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거론한 인물들이 '마녀사냥'당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다. 또한 책에서 말하듯이 인터넷 공간이 생겨나지 않았다면 소수의 가까운 사람들만이 알았을 일들을 '본의 아니게' 불특정 다수에게 '들켜 버린'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다시 말해 자신의 사생활을 까발린 사람)을 효과적으로 처벌할 수 있었을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법관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몸과 마음을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을 내린다. 저자는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소셜 네트워크 헌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한다. 요컨대 내 정보를 내가 관리할 수 있게 실질적인 권한을 개인 사용자에게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개인이 온라인 공간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랍의 봄'이나 '천안문 사태'에서 사실상 언론 통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스위치를 내린 기업이나 인터넷을 쓰지 못한 개인이나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였고, 정부 당국만이 그를 통해 자위했다.(요즘 인터스텔라 때문에 유행하는"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말은 저런 사태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관리하는 회사가 무슨 짓을 했든, 결국 아랍인이나 중국인은 웹 접속 권한을 찾아왔다. 사실 이런 내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을 수 있는 건 저자가 중국인이나 아랍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점은, 저자가 주장하는 '소셜 네트워크 헌법'에 등장하는 여러 권리는 이미 국내의 정보통신법이나 개인정보 보호법 같은 실정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권리라는 부분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버젓이 법이 있는데도 개인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리 행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책에서 참 많이도 갖다 쓴 페이스북의 경우에 개인정보가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몹시 수고로운 과정을 주기적으로 거쳐야 한다. 앓느니 죽는다고, 그러면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모두 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결국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 모인 단체로서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가장 무서운 것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심령이나 귀신 따위가 아니라 실존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내게 실제로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정보화 사회라는 말조차도 구식이 되어버린 지금, '내게 실제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에는 폭력배 등 완력을 쓸 수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내 개인정보를 훔쳐가 여러 군데에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 너머의 미지의 인물도 들어왔다. 일찌기 조지 오웰이 보여준 1984 속의 바로 그 세계가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실제로 구현된 탓이리라. 홍보며 마케팅은 점점 진화하여 미래에 수요자가 될 법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웹 기록을 읽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러한 산업은 꽤 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분별한 웹 기록 수집과 개인정보 유출을 커다란 위협으로 알고 살아간다. 아니, 적어도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는 있어야 한다. 내 손에서 무엇이 빠져나가는지 알지 못하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무엇인들 무사히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책에서 요구하는 소셜 네트워크 헌법에 관해서 응집하지 않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시피하다. 사업자와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앉아 나의 가장 중요한 정보가 인터넷 공간을 떠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누군가 만들어낸 우스갯소리처럼 '나도 못 한 세계 여행을 내 주민번호는 벌써 여러 번 다녀왔더라'는 사태만큼은 좀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페이스북을 쓴다면 페이스북을, 트위터를 쓴다면 트위터를, 네이버를 쓴다면 네이버를 돌아보자. 나의 허가가 없이 내 정보(키보드나 마우스로 만들어낸 일련의 데이터 모두를 포함한다)가 떠돌아다닐 수 없도록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가장 엄중한 보안 장치를 채워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발 좀 마녀사냥할 때만 말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도 뭉쳐서 전투력 좀 보여 보자. 네티즌 수사대의 가공할 수사력을 남의 사생활 따위가 아니라 당장 내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사용해 보는 건 어떨는지.
혹시 또 아는가, 사시사철 푸른 개구리가 뛰어노는 서울 중심부에서 어린 백성을 어엿비 녀기시어 관련 법안 좀 업데이트해 보라고 옥관자 단 분들을 닦달 좀 해주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