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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님의 서재
  • 여우비 나린다
  • 김단비
  • 16,200원 (10%900)
  • 2026-07-15
  • : 3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표지로 끌렸지만...

조선의 운명을 내건

의붓남매의 애틋한 이야기!

의붓남매의 애틋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선뜻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어 더 애절한...

벌써부터 심장이 몽글몽글해지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바로 만나보았습니다.

만신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 여우와

신을 잇지 못한 가짜 박수 환령

『여우비 나린다』

하늘 끝, 그 너머까지 하얀빛이었다. 가느다란 눈발이 소리까지 잡아먹어 귀로 찾아드는 풍경마저 새하얗게 비었다. - page 5

삶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짐승처럼 살던 화전농의 딸이었지만

한양에서 가장 유명한 무가 송가네에 신딸로 입양된 '송여우'.

하지만 이 집의 가택신들은 그녀를 못마땅히 여겼는데...

「희란아, 이거 왜 데려온 거야. 이거 집안 망친다고, 응?」

...

「하긴, 뭐 뼈대가 있는 집안인가. 집주인은 무당에, 애비는 기둥서방 구실만 하다가 뒤졌는데.」 - page 47

그렇지 않아도 송가네는 한양에서 가장 유명한 무가였습니다.

그래서 한양의 세도가들이 일이 있을 때마다 송희란을 찾을 정도로 용한 만신이었는데

그녀에게는 신기를 이어받지 못한 아들 '환령'이 있었습니다.

무가는 모계 세습이 원칙인지라 신딸이 필요했던 희란은 여우를 입양하게 되었지만

희란이 세상을 떠나고난 뒤 여우는 연유를 말하지 않은 채 한양을 떠나 조선 팔도를 떠돌게 됩니다.

그러다...

삼 년 만에 돌아오게 된 한양.

곳곳에 내려앉은 어두운 기운들이 보이는데...

그리고 오랜만에 재회하게 된 환령...

"여우야."

...

"그리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는 연유나 기별 한 통 하지 않았던 연유는 앞으로도 묻지 않겠다. 하지만 오라비에게서 너무 멀리 달아나려고 하지는 말거라." - page 35 ~ 36

(이렇게나 스윗한 오라버니라니... 가슴이 저릿해지는데요...!)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던 중 알 수 없는 사내들의 습격을 받게 되고

조선 제일가는 세도가 이조판서 댁에서도 갑자기 만신이 필요하다며 여우를 찾는데

이곳에서도 느껴지는 검은 기운들...

도대체 이 검은 기운들은 왜 생겨난 것일까...?

그리고 의붓남매는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마주하게 될 것일까..."

조선의 운명을 내건 굿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나 애틋할 수가...!

신기 하나 없이 무당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천민의 굴레를 쓴 환령

오라버니를 위해서 기꺼이 운명을 짊어진 여우

"오라버니."

"그 아기씨에게는 아무 마음도 없거니와, 내가 언젠가 너를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한 적이 있지? 나는 네가 이 낡은 무가를 떠나 조선 팔도를 훨훨 날아다니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이 무가에 남아 있어야 하니, 나는 결코 혼인을 할 수가 없다."

...

"오라버니가 잘 살기를 바라는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오라버니가, 사람이 사람으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이 무가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면 좋겠어요. 오라버니는 이 집에 매여 있기에 너무 아까운 사람입니다."

...

"고운 누이야, 내가 널 평생 지켜주겠다고 하였지. 헌데 내가 지켜주고 싶은 것은 네 육신뿐만 아니다. 나는 네 오라비로서 네 마음까지도 지켜주고 싶은 것이야. 여우 너는 정녕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느냐?"

"그러는 오라버니는요? 오라버니는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게 맞아요?" - page 178 ~ 179

이 시대의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이 마음이...

그야말로 무색의 풍경 속 한바탕 위로의 굿거리와도 닮아 있었습니다.

조선 땅에서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이들.

한양 도성 위에 감도는 저 비릿한 기운은 모두가 운이었고, 환령이었으며, 여우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나라를, 왕실을, 양반을 유지하기 위해 물건처럼 사라져간 하찮은 것들의 목숨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기운이었다. 그랬기에 비슷한 연유로 미명귀가 되었던 이조판서 대감 댁의 오래된 여인도 저것과 동조했고, 운의 어머니 역시 저것과 동조했다.

이대로 둔다면 미명귀가 한씨 집안을 해하려 한 것처럼 저것 역시 언젠가 조선 땅 전체를 해하려고 들 것이다. 그때가 오면 망아지나 강아지를 닮은 모습이 웬만한 만신의 눈에도 보일 만큼 뚜렷한 형상을 갖출 것이고, 이 나라, 왕실, 양반은 모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기 전에 이 땅이, 이 조정이, 이 왕실이 바뀌어야 했다. 하지만 바뀔 수 없을 것이다. - page 330

나라, 왕실, 양반을 유지하기 위해 물건처럼 사라져간 그들 역시도 이 땅의 주인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는 지금의 우리 현실도 그렇지 아니한가......

언제 바뀔 수 있을런지......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질...

이들의 서사가...

벌써 눈앞에서도 그려지는데......

모두가 좋아해 주지 않을까요?!!

여우와 환령...

오늘은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 제 마음을 간질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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