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학과 예술을 한 권에 묶는 시리즈, 모티브 세계문화전집.
전작 『안부를 전하며: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로부터
같은 시대, 같은 출발선, 다른 삶을 살았지만
우리에게는 '안부'라는 하나의 질문을 던졌었는데...
당신은 알을 깨는 쪽입니까,
창살에 머리를 부딪치는 쪽입니까?
묘한 재미를 선사하면서 이제는 이 두 거장을 따로 생각할 수 없게끔 해 주었는데...
또다시 두 거장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엔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생명력 '육체'를 통해 증명해 낸 선구자, 오스트리아가 낳은 천재 화가 '에곤 실레'
의 만남이었습니다.
벌써 느낌부터 이 둘의 닮은 점이 그려지는데...
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물음을 건넬지...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100년 전 '만나지 않은 쌍둥이'의 비명
『만나지 않은 쌍둥이: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1912년, 프라하.
보험회사 직원이 밤새 글을 썼습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벌레가 되어 있던 남자의 이야기.
'프란츠 카프카'
1912년, 빈에서 스물한 살의 화가가 감옥에 갇혔습니다.
미성년자를 외설적으로 그렸다는 혐의였고, 재판정에서 판사는 그의 그림 한 점을 촛불에 태워버렸습니다.
'에곤 실레'
1912년, 같은 제국, 같은 언어, 다른 도시.
이 두 사람에게는 놀랍도록 닮은 점이 있었으니...!
둘 다, '아버지'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살아 있는 권위'였습니다.
거구의 사업가이자 가부장적인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앞에서 아들 프란츠 카프카는 평생 위축되었고, 세 번의 약혼은 모두 파혼으로 끝나며, 40세 죽을 때까지 부모 집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에곤 실레에게 아버지는 '죽은 공포'였습니다.
매독으로 정신이 무너진 아버지가 가족의 모든 재산을 불태우고 죽는 것을 열세 살의 소년 실레는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의해 점령당한 영토인가?
둘 다, 제국이 무너질 때, 예술이 폭발하게 됩니다.
1900년 전후 빈과 프라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심장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제국은 서서히 무너지게 되면서 이 나라의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묻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혼란 속에서
-카프카가 벌레가 된 직장인 이야기를 썼습니다.
(『변신』, 1912)
-실레가 자신의 뒤틀린 몸을 그렸습니다.
(1910년 자화상)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했습니다.
(『꿈의 해석』, 1899)
-클림트가 금빛 여인들을 그렸습니다.
(《키스》, 1908)
-쇤베르크가 조성을 해체했습니다.
(현악 사중주 2번, 1908)
가정 환경이, 그 시대 사회적 배경이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한 사람은 문장으로, 다른 한 명은 붓으로
비명을 질렀고
이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있었으니...

당신은 숨은 곳에서 구원을 찾았습니까,
아니면 구원을 피해 숨었습니까?
그들의 글과 그림 속에 나는 어떤 답을 찾아야 할지...
차근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려 합니다.
사실 에곤 실레만 보면 이중적이면서 야멸찬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무명 시절부터 모델이 되어주었던 발리 노이칠.
헌신적으로 조강지처 노릇을 해왔던 발리를 버리고 정작 결혼한 여인은 부유한 집안의 딸 에디트였던 것과
한술 더 떠서 발리한테 발리가 원한다면 자기가 결혼한 후에도 연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헛소리까지...
그럼에도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울림을 선사하는 건
실레는 28년 동안 자기 몸이라는 단 하나의 풍경을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그 풍경은 한 청년의 알몸인 동시에, 매독과 전쟁과 독감이 무너뜨린 한 제국의 알몸이기도 했습니다
에곤 실레는 거울 앞에 가장 오래 서 있던 화가였고, 거울 속에서 가장 적나라하고 솔직한 자신을 찾으려 한 화가였습니다. - page 84
인간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기에,
우리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마주 보게끔 해 주었기에
그의 삶은 논란이 있었지만 단순히 화가가 아닌 인간의 내면을 해부한 작가였습니다.
책은 단순히 두 거장의 닮은 점을 거론하지 않고 이로부터
지난 100년간 우리는 카프카를 이 단어에 가두어 읽었습니다. 알 수 없는 죄, 부조리한 관료제, 무력한 개인.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기엔 카프카를 한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피와 살'이 빠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카프카-에곤-실레'로 나아갑니다. 카프카의 부조리한 문장에 에곤 실레의 적나라한 육체성을 입히는 것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부조리가 아니라, 신경과 근육으로 느끼는 실존의 비명. 이 책은 그 새로운 독해를 위한 실험실입니다.
그러나 카프카 특유의 서늘함, 건조하고 메마른 분위기만큼은 살리려 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카프카의 뼈대 위에, 에곤 실레의 그림이 신경과 근육을 입히고, 살을 붙이고, 피를 흐르게 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완성된 하나의 몸입니다. - page 10
그렇게
서로는 만나지 않았지만 닮았던,
쌍둥이라 외쳤지만 결국 그 시대의 한 '사람'이었던
이야기.
저도 이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