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ㅋ1950년대, 여성 독자의 등장과 함께 연애소설이 범람하던 시기
전형적인 연애 서사를 벗어난 소설로 자신만의 문학적 위치를 구축했던 작가
'박경리'
사실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토지』는 방대한 양에 겁이 났었고
『김약국의 딸들』은 읽어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었었고...
(이 모든 게 핑계입니다만...)
그러다 이번에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산북스에서 '이 시대의 낭만성'이라는 주제 아래 장편소설을 새로운 표지로 재구성한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프로젝트를 선보였기에 이번을 놓치면 또다시 기약 없을 것 같아 읽어보았습니다.
'이 시대의 낭만성'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세 작품
『김약국의 딸들』, 『애가』, 『표류도』
그중에서도 대표작을 우선 만나보려 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셨어요.
할머니는 자살을 하고 할아버지는 살인을 하고,
그리고 어디서 돌아갔는지 아무도 몰라요.
아버지는 딸을 다섯 두셨어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몰락하는 가문과
각자의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다섯 딸의 운명
『김약국의 딸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 - page 9
남해의 미항 통영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봉제'.
그에게는 부자지간처럼 연령의 차이가 있는 동생 '김봉룡'이 있는데 첫 번째 부인을 때려 죽였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광폭한 성정으로, 아름다운 둘째 부인 숙정과의 사이에 아들 '김성수'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정을 사모하던 욱이 도령이 통영에 들어서고,
아내의 부정을 의심한 봉룡은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나게 되고,
숙정은 오해에 맞서 비상을 먹고 자결하게 됩니다.
남겨진 아들 성수...
성수는 김봉제와 그의 부인 송씨의 손에 자라게 되고, 약국을 물려받아 '김약국'으로 불리게 된 성수.
이제는 어장 사업으로 부를 얻고, 한실댁과 혼인해 딸 다섯을 두게 됩니다.
샘이 많은 큰 딸 '용숙'은 일찍이 과부가 되고 큰 스캔들에 휘말리지만 대금업 등으로 부자가 되고 가족과는 연을 끊고 살아가며
서울에서 공부하는 둘째 딸 '용빈'은 다른 자매처럼 결혼하지 않고 직업을 가지며 스스로 돈을 벌고
빼어난 미모를 가진 셋째 딸 '용란'은 욕구에 충실한 성품에 머슴의 자식인 한돌이와 성추문을 일으켜 아편쟁이에게 떠밀리듯 시집을 가게 되지만 다시 찾아온 머슴과 달아나며 김약국댁을 몰락으로 이끌게 되고
손끝이 야문 신실한 기독교 신자 넷째 '용옥'은 집안의 어장 사업을 도맡던 서기두와 혼인하지만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씁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할아버지 봉룡의 노란 머리칼을 닮은 막내 '용혜'는 김약국이 아끼며 사랑받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결국...
김약국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면서 김약국도 위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용란은 서기두에게 용빈을 부탁하며...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된 건지...!
흡입력이 장난 아니었고 1962년에 출간되었음에도 지금 읽어도 손색없었던!
정말 안 읽어본 사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집안의, 그 안에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
자신의 운명과 환경, 주위의 시선 등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했던 용숙
자신을 초극하여 더 나은 자아를 만들어 가고자 했던 용빈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지만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광녀가 된 용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였던 용옥
비극 속에서도 지지 않았던 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도 지지 않는 생명력을 눈뜨게 해주었습니다.
"자신이 없어요.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런 소리 하면 못써요. 인생이란 사철이 봄일 수는 없잖아? 가을이 오면 잎이 떨어지고 한겨울이 오명 헐벗고 떨어야 하지만, 이내 봄이 오지 않니? 희망을 잃어서는 안 돼요."
"제가 잘못하여 희망을 잃었겠어요? 누군가가 저의 희망을 앗아가지 않았습니까? 케이트 선생님."
"용빈은 절망하고 있군."
"절망밖에 남은 게 없어요."
"기다려라. 기다려봐라. 겨울이 지나면 더욱 화창한 봄이 온다는 것을 생각해요. 더 많은 가지를 뻗은 나무가 행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을 생각해봐요. 용빈은 그 싱싱한 나무야. 알겠니? 넌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아이라는 것을 명심해. 모든 일을 너를 위하여 있는 시련이라 생각하구……." - page 266 ~ 267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던 이들.
이들의 발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건네며...
박경리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