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95년생의 젊은 작가로,
3주 만에 집필한 데뷔작이 30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독일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카롤리네 발'
이 소설은 천선란 작가님의 추천사에 이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자신 안의 상처를 문장의 실로 뽑아낸다.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진실을 선명한 문장으로, 고칠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문장으로 직면하며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나만의 것이었던 문장이 너와 나의 문장이 될 때, 우리의 문장이 될 때 그 고통은 더는 내 안에 고여 있지 않게 된다. 평범하고 소소하게 나눠 가진 문장들. 그렇게 내게도 타인의 문장이 담길 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내 폭풍의 중심에 묻을 때, 멈추지 않고 휘몰아치는 사건 속에서, 지층처럼 쌓인 상처의 절벽 안에서도 고요를 느낄 때, 나는,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 천선란 소설가
이 글에서도 느껴졌듯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상처들.
그 상처들을 그려낸 문장들...
나에게도 폭풍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인생을 집어삼키는 폭풍우 한가운데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폭풍 속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더라도
잊지 마, 이건 누구도 아닌 나의 인생이야
『폭풍으로 들어가기』

열한 살 때 언니 '틸다'는 박사 과정을 하러 베를린으로 떠나고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된 '이다'
글을 쓰며 대학 진학을 꿈꿨지만 실패하게 되면서 삶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감각에 더욱 깊이 붙잡히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엄마를 목격하게 된 이다는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엄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같이 지내던 집 계약을 해지한 뒤...
틸다 : 이다, 너 혼자 견딜 필요 없어. 우리에게 와.
나 : 아니, 나 혼자 견뎌야 해.
틸다 : 왜?
나 : 혼자 있고 싶으니까.
틸다 : 이다.
나 : 그리고 나는 혼자니까.
틸다 :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어쩔 수 없었어.
틸다 : 그리고 이다, 하나 더 있어.
틸다 : 네가 끝까지 엄마 곁에 있어준 거 정말 대단해. - page 89 ~ 90
정처 없이 떠돌다 독일 북부 뤼겐 섬의 작은 술집 '물개'에서 지내게 됩니다.
이 술집을 운영하는 노부부 크누트와 마리안네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 이다.
마리안네가 문을 벌컥 열더니, 머리카락이 젖은 채 다람쥐처럼 창턱에서 뛰어내리는 나를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마리안네 : 초인종을 누르지 그랬어.
나 : 벌써 일어나셨는지 몰라서요.
우리는 마주 서서 깨진 꽃병과 카펫의 물 자국, 우리 사이에 놓인 구슬픈 데이지를 내려다본다.
나 : 죄송해요.
마리안네 : 깨진 사기 조각은 행운을 가져온다지.
저녁에 물개에 가기 전에 샤워를 한 후 내 방에 들어가니, 이름 모를 보라색 꽃다발이 꽂힌 진한 청색 꽃병이 책상에 놓여 있고 그 옆에 열쇠가 하나 있다. - page 91 ~ 92
낯선 곳이지만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들.
비로소 이다는 자신을 돌볼 시간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라이프'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서 이다는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는 삶을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 때문에
다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가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또다시 주저하는 이다.
"쉿."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다, 내가 옆에 있어"라고도 한다.
그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엄지로 얼굴에서 빗방울을 쓸어낸다.
그러고 내 얼굴을 잡은 채 다시 한번 말한다. "이다, 내가 옆에 있어." "너, 말을 반복하네." 내가 이렇게 말하고 묻는다. "정말로 옆에 있어?"
라이프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대답한다. "응."
나 : 계속 옆에 있을 거야?
라이프는 여전히 내 눈을 보며 다시 한번 말한다. "응." - page 281 ~ 282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상실'로 인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믿었던 이다.
그런 이다가 타인과의 관계 속 조금씩 자신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과 관계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었는데...
마치 이 문장과도 같다는 느낌이...
아니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셔츠를 벗어 슬링백 위에 올려놓고 바닷물을 향해 달린다. 예상대로 아주 차다. 물이 충분히 깊어지자 자유형으로 헤엄쳐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내 몸과 근육, 지금보다 더 빠르게 힘을 줘야 하는 팔다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바다 수영은 수영장에서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리듬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절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파도를 헤치고 탁 트인 바다 먼 곳으로 수영하는 것은 엄청나게 멋진 일이다. 포기하지 마, 포기하지 마. 물과 나는 하나다. 나는 바다의 일부, 경악할 만큼 작은 일부가 된다. 생각과 고통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길게 버티지 못하겠구나. 팔다리와 호흡이 무거워지고 파도가 더 커진다. 이제 몸을 돌려야 할 시점이야. 나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고 제대로 판단하면서도 계속 수영한다. 아주 조금만 더 가자.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도대체 내 안의 무엇이 몸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해변을 향해 헤엄친다. 발이 땅에 닿자 다리가 떨린다. - page 31 ~ 32
두려움 속에서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겪게 된 이별들...
슬픔, 고통 등의 감정과 변화를 마주하고
마침표가 아닌 잠시 쉼표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나쳐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기에 손을 내민다면
우리는 전보다는 조금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먹먹했었습니다.
공감하기에...
4-7-8 호흡.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다의 앞으로의 행보에 작은 박수를 건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