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맨스 소설일 거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로맨스의 공식을 배반하고 묵직한 삶에 대한 성찰을 주었던 『미 비포 유』의 작가
'조조 모예스'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기에 그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이름을 보자마자 선뜻 집어 들게 된 이 작품.
알고 보니 한 인터뷰에서 작가로서의 성공과 별개로 어머니의 병과 죽음, 과로로 인한 번아웃 등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은 더 견딜 만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소설이라 하였습니다.
또다시 그녀만이 선사할 수 있는 웃음과 감동...
이번에도 마냥 빠져들어보겠습니다.
잃어버린 건 구두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인생 최악의 순간, 실수로 바꿔 신은 신발이 이끈
오직 나를 위한 두 번째 기회
『타인의 구두』

샘은 천천히 밝아지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의사의 조언대로 숨쉬기 연습을 했다. 새벽 5시의 상념이 거대한 먹구름처럼 응집되어 떠오르는 것을 막고 싶었다.
'여섯을 세면서 들이쉬고, 셋을 세면서 참다가, 일곱을 세면서 내쉬기.' - page 9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대신해 생계와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샘 켐프'
그러면서도 암 투병 중인 친구를 돌보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해 집안일을 부탁하는 부모님,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는 상사까지...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유일한 숨구멍은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상사의 꾀임에 미팅시간까지 23분 채 남지 않은 상황.
탈의실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자신의 가방을 들고 차에 탄 샘.
그런데...
자신의 낡은 플랫슈즈가 아닌 아찔한 붉은색 악어가죽으로 된 크리스찬 루부탱 슬링백 구두에, 거기에 샤넬 재킷까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샘이 말했다. "내 가방이 아니네. 엉뚱한 가방을 가져왔어. 돌아가야 되겠어요."
"그럴 시간 없어요." 조엘이 전방만 주시하며 말했다. "벌써 아슬아슬한걸요."
"하지만 내 가방이 있어야 하는데." - page 18
러닝머신 위에서 맹렬하게 달리는 40대 미국 여성 '니샤 캔터'
투숙 중인 호텔 내 고급 스포츠센터가 보수 중이라 안내받은 이 체육관이 너무나 싫었던 그녀는 급히 샤워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니샤는 잠시 손을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비명을 지르며 구두를 떨어뜨렸다. 수건에 손을 닦은 뒤 천천히 가방을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 자기 가방이 아니었다. 가짜 가죽에 비닐 덮개는 이미 벗겨지기 시작했으며, '마크 제이콥스' 금속 표식은 둔한 은색으로 바래 있었다. - page 29
화가 난 니샤는 남편 칼에게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비서로부터
"켄터 씨가 회의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하셨습니다."
"아뇨. 회의에서 나오라고 해요. 방해하지 말라고 했든지 말든지 상관없어요. 난 그 사람 아내라고요. 듣고 있어요? 샬럿? 샬럿?"
전화가 끊어졌다. 그 여자가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이다. - page 49
갑작스럽게 펜트하우스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카드도 계좌도 모두 차단당해 버린 니샤.
사실 그와 결혼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을 끊어버렸기에 지금 이 순간 안전망 하나 없이 빈털터리에 혼자가 된 니샤는 남편 칼에게 찾아가 이혼 협상을 하고자 합니다.
"내가 받아야 할 몫만 내놔! 칼, 이럴 순 없어! 난 당신 부인이라고!"
"구두를 내놓고 이야기하지."
"구두는 도둑맞았다니까! 세상에, 나한테 아무것도 안 주려고 당신이 훔친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유치한 장난이야, 이게?"
"이제 지루해지는군." 칼이 차갑게 말했다. "구두가 없으면 돈도 없어." - page 273
이 구두로 두 여자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과연 주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단순한 '구두'가 두 여자의 삶에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언제든 쓰러질 듯한 이를 꼿꼿이 일으켜주었고
아무것도 없던 이에게는 주변에 하나둘 사람들을 모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조조 모예스는 우리에게
우리 모두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인생은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마냥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의 저를 떠올리곤 했었는데...
20~30대에는 운동화보다 구두를 신고 다니던 나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구두가 아닌 운동화에서, 슬리퍼로...
초라해진 내 모습에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준다'
오늘은 신발장에서 나의 신발을 되찾아 신고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