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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님의 서재
  • 기도를 위하여
  • 김말봉.박솔뫼
  • 13,500원 (10%750)
  • 2024-01-25
  • : 122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던

'소설, 잇다' 시리즈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지하련, 이선희 등 근대 대표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변주함으로써

근대 여성 작가의 마땅한 제 위치를 찾아내고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현대 작가가 어떻게 그 궤적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김말봉 작가님이 처음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작가님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순수 귀신을 몰아내라", 대중소설가를 선언한 김말봉

우리 문학의 독창적이고 '희귀한' 자리, 박솔뫼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작가가

접속하고, 깊이 연루되고, 함께 걸어나가다

『기도를 위하여』


"선생은 무엇 때문에 소설을 쓰십니까?"

한 평론가의 질문에 거침없이

"돈 벌려고 쓰지'

하고 답했던 '김말봉'

순수소설만을 인정하던 당시 문학계에서 스스로 '대중소설가'임을 선언하고

그러면서도 흥미 본위의 통속소설에 함몰되기를 경계하고,

민족 해방과 여성 해방의 비전을 제시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위한 운동에 앞장서고

글을 통해서는 애정 문제의 기저에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기독교적 박애 정신을 담았던 그녀.

이 책에는 그녀의 대표 단편

「망명녀」(1932), 「고행」(1935), 「편지」(1937)

가 담겨있었습니다.

명월관 기생이었던 '최순애(산호주)'가 8년 전 여학교를 다니던 시절 형제를 맺었던 '허윤숙'의 도움으로 담배·모르핀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쉽사리 되지 않고 오히려 윤숙의 애인 윤정섭으로부터 반동분자, 소비에트, 남녀 기회 균등 등 사회운동에 동경을 갖게 되고 점차 '동지'로서, 또 '사람'으로서 인정받으며 나라에 목숨을 바치기로 한 「망명녀」

기생이던 '미자'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남편)'와 미자를 딱한 사연이 있는 친구의 누이동생으로 알고 있는 '아내'

아내와의 나들이를 취소하고 미자와 불륜을 하던 중 아내도 미자의 집에 심심하다며 찾아오고 알몸으로 벽장에 숨은 그가 수치와 죄책감을 느끼며 결국 아내에 의해 고행에서 벗어나 '구원'을 받았던 「고행」

남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던 '은희'

'인순'이라는 이름으로 한 통의 편지가 오면서 은희는 편지를 보내온 여자의 얼굴을 상상하며 회한과 질투에 휩싸였다가 며칠 뒤 마주하게 된 인순은 여자가 아닌 어린 남학생으로, 남편이 가난한 학생을 후원했다는 사실에 자신이 얼마나 천박한가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편지」

너무나도 쉽게 읽혔던 작품들.

하지만 인간의 애욕 문제와 동시에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마냥 쉽다고만 여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김말봉의 작품은 그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까지도 공감할 수 있음에,

특히나 박솔뫼 작가로 이어졌던 이야기는...

이 시리즈의 취지와도 너무나도 맞아떨어졌었는데...!

이 책의 제목이었던 박솔뫼 작가님의 이야기였던 「기도를 위하여」는 앞서 만났었던 죽은 최순애가 등장하게 됩니다.

윤정섭과 옥중 혼례를 치른 뒤 윤숙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몸이 쇠약해져 숨을 거두게 된 순애.

그러나 그녀의 영혼은 여전히 두 사람과 함께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순애의 기일도 가물가물했었는데...

단지 그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날에 교회로 가 기도를 하는 윤숙

조용히 앉아 순애의 안녕과 평안을 빌었다. 그리고 이것은 산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도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도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가 윤숙은 생각했다. 그리고 윤숙에게 또 윤숙이 사는 세상에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그 기도라고 기도를 할 때만 큼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했다. - page 136 ~ 137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박솔뫼의 에세이 「늘 한 번은 지금이 되니까」로 이 둘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임을 일러주었습니다.

을지로에서 교토로, 부산으로, 동대문 흥인지문 공원으로 옮겨가면서 김말봉이 지나왔고 겪었던 것들, 또는 실제로 겪지 않았으나 겪었을지도 모를 '가능성'들을 '지금'의 시간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연말과 연초와 연휴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종종 생각했던 것은 내가 자주 가던 부산에 익숙한 그 동네에 김말봉이 오래 살았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세 작가가 교토에서 머물렀다는 것 그중 둘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는 것. 그런 식으로 여기 누군가가 살았다는 것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한순간 강하게 의식하다가 자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물을 마시고 옷을 입어야 해 나가야 해 하기로 한 것을 하자 생각했다. 혹은 외출을 하고 돌아와 자 이제 씻고 무엇이든 써야 해 예외는 없어 방금 생각한 것 생각한 것이라 착각한 것을 쓰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 식으로 연말과 연휴 사이 한 달을 걸친 시간이 지나갔고 2021년이 지나갔고 이걸 쓰고 있는 지금에야 2021년이 완전히 지나간 것 같다. 이제 다시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그럴 시간이다. - page 145 ~ 146

다른 시간,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동시대에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다시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책을 덮고 나서 작지만 묵직한 희망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그래서 이 시리즈를 더 눈여겨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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