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술관 여행이라...
이 점에서 끌렸습니다.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은 각각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기대하며
저도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여행하듯 가볍고 즐겁게,
세계의 도시와 미술관을 거닐며 만나는
생생한 예술 이야기
『세계 일주 미술 여행』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의 카이로와 룩소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피렌체,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오스트리아 빈, 미국 뉴욕까지
총 6개국, 7개 도시를 여행하며
각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그곳의 예술 이야기
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섯 나라를 '여행'하는 콘셉트로
반드시 들러야 할 메인 미술관들을 소개했고
'Bonus Spot'에서 여행 중 놓치지 아까운 숨은 보석 같은 공간들을 소개하며
하나의 도시, 하나의 미술관, 그리고 예술 이야기를 건네며 우리에게
결국 미술관을 여행하는 일이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
을 일러주며 사유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마냥 그 미술관의 유명한 작품만을 이야기하지 않아 좋았고
공간의 이야기가,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보다 시선을 확장시켜주었으며
예술의 여정이 우리에게 건넨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중세 미술부터 한참을 돌아 현대 미술에 도달했는데 다시 원시 미술이나 어린아이와 같은 그림 앞에 서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돌고 돌아 처음의 근본으로 돌아온 것이죠. 우리는 살아가며 늘 새로운 것, 다른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며 이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을 걸어온 역사의 흔적과 그 흔적을 담은 예술은 우리에게 다른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예술의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분야에서든 결국 가장 중요한 본질만 남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page 243
'본질'이 무엇인지...
오늘날 존재하는 수많은 예술의 뿌리는 기원전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이집트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 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과 조각은 권력의 상징을 넘어, 인류 역사 최초로 집단적 상징을 시각화한 사례였고 사후 세계를 믿고 영원을 꿈꿨던 그들의 정신세계는 종교적 미술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렇기에 이집트 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한 고대문명을 아는 것이 아닌 인류 전체의 시각적 상상력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었는데...
이곳에서 전한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쯤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집트의 문명을 보면 '발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전의 문명은 미개하고 오늘날이 더 발전한 상태라는 보편적인 인식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죠. 발전의 형태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기에 다른 표현으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age 35
그리고 일본 도쿄로 넘어가 보고자 합니다.
도쿄 미술관 투어 콘셉트는 '도쿄에서 만나는 파리'였습니다.
사실 저도 의아했었는데...
그 배경은 1880년대 후반에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1855년부터 1937년 사이 프랑스에서 여덟 차례 개최되었으며,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전 세계 수십 개국이 참여한 이곳에 일본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의 인재들을 모아 참가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구권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세계 전도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의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일본이 자국의 주요 예술 종목으로 내세웠던 도자기, 그리고 이를 감싼 포장지.
포장지에는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이 일품인 우키요에 회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 당시 빛의 색을 그렸기에 윤곽선도 없고 형태도 명확하지 않은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들을 주로 접해오던 유럽인들에게 우키요에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섬세한 그림이었고 모네나 고흐 등도 일본의 문화 예술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한 일본 작가들의 유럽 진출을 도왔던 사업가들이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주의 회화를 컬렉팅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도쿄에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못지않은 인상주의 회화를 볼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미술관들 중 하코네 '폴라 미술관'과 함께 자리한 '조각의 숲 미술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 자연을 품은 작품, 그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의 가치를 아는 이들의 발걸음이 모아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곳으로의 여행.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방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종착지였던 지평선 가득 펼쳐진 마천루와 허드슨강 너머 당당히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뉴욕'
19세기 후반, 철도, 철강, 석유 등 산업 자본이 집중되고 금융업이 성장하며 미국 경제의 심장으로 떠오른 뉴욕.
유럽의 예술품들도 대서양을 건너 이곳에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릭 컬렉션, 뉴욕 현대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오늘날까지도 뉴욕을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어주고 있는데...
그중에서 '미국 미술'의 맥을 짚어주는 '휘트니 미술관'
특히 주목할 부분은 휘트니 비엔날레입니다. 1932년에 시작된 휘트니 비엔날레는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로 언급될 만큼 권위 있는 행사입니다. 그 해의 사회적 이슈와 예술 트렌드를 실험적인 작가들의 시선으로 조망해 오고 있죠. 젠더, 인종, 정치, 정체성, 기후 등 동시대의 첨예한 문제들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풀어내는 자리로, 이 비엔날레를 통해 주목받은 작가로는 에드워드 호퍼, 바바라 크루거,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기와 매체를 통해 '미국'의 정체성과 그 이면을 시각적으로 탐색해냈습니다. - page 391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칼더의 모빌'
마냥 바라보고만 싶었습니다.
칼터의 모빌은 움직임 자체가 곧 형식이자 내용입니다. 빛과 공간,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매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어느 곳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지가 무척 중요한데, 휘트니 미술관에 자리한 칼더의 모빌은 맨해튼 시내와 허드슨강이 오롯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합니다. 테라스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흔들리는 모빌과 그 움직임을 따라 반사되는 빛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든 우연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우리의 마음에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page 394
도시의 어느 거리에서,
여행 중 짧은 멈춤의 순간에서,
혹은 책 속의 한 문장에서
우리가 잠시 멈춰 바라볼 수 있다면 예술은 언제든 말을 걸어 온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주변을 바라보니 어느새 예술은 묵묵히 제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음 미술관, 다음 그림, 다음 여행지...
그곳이 어디든 함께 떠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