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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님의 서재
  • 고요로 가야겠다
  • 도종환
  • 14,400원 (10%800)
  • 2025-11-10
  • : 10,02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는 '시'가 어렵다는 이유를 읽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박웅현 저자의 『천천히 다정하게: 박웅현의 시 강독』을 읽으면서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 속엔 그에게 울림을 준 시인들의 여러 시들에 대해 자신의 경험이나 그 시가 쓰인 시대상, 시가 그린 삶의 면면을 짚어 내면서 저도 조금씩 시에 스며들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도종환' 시인이 신작을 발표하였다기에 이 시집을 읽으며 천천히 다정하게 스며들고 싶었습니다.

오래 고요를 잃은 시대에, 다시 한번 '고요로 가야겠다'는 결심으로 이번 시집에서는 지금껏 펴낸 모든 시집 가운데에서도 가장 부드럽고 다정한 형식으로 완성된 책이라 하였습니다.

그가 건네는 다정한 안부.

귀 기울여 보겠습니다.

"고요로 가야 합니다. 거기 시가 있습니다."

『고요로 가야겠다』


시집은 여덟 개의 '사유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월」, 「고요」, 「달팽이」, 「슬픔을 문지르다」, 「사랑해요」, 「당신의 동쪽」, 「손」, 「끝」으로 이어지는 여덟 개의 화두는 각각 하나의 명상적 공간을 열었는데...

여백과 어둠, 문장과 침묵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독자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문장 문장에 오래 머물도록, 그리고 동시에 사유하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각 시들은 깊고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은...

최근에 다녀왔던 전시 <김창열 회고전>에서 받았던 느낌과도 같았습니다.

아름답게 보이는 물방울 이면의 모습처럼...

물방울 하나하나가 이루어 선사했던 고통, 쓸쓸함, 고요...

내 안에서 잔잔히 오랫동안 파동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와닿았던 시들을 소개해 보자면...

다정히 안아주었던 시 「저녁」

돌아갈 저녁이 있다는 사실에 한껏 안도했었습니다.


그리고 「쉼표」는...

문장 한 줄 한 줄 정성껏 읽어 내려갔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

지금 당신은 어디에 계실까......


다시 시집의 중심부에 자리한 시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다시 아침 해가 뜨고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생은 계속된다고 조그맣게 속삭인다

다시 별빛을 바라보고

자신을 용서하고

용서하지 못한 것들은 신께 판단을 넘기고

고요의 끝에 왜

두 손을 모으게 되는지

물어보게 된다

바람이 멈추었다

고요로 가야겠다

_「고요」 중에서


오늘은 저도 잠시 고요로 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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