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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님의 서재
  •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박지훈
  • 17,820원 (10%990)
  • 2025-11-11
  • : 1,52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좋아하기에...

독서 에세이가 있으면 챙겨 읽는 편입니다.

다른 이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이 책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같은 책이더라도 와닿는 부분이 다를 때가 있고 내가 놓쳤던 부분을 꼬집어 이야기해 주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석을 발견한 듯한 느낌에...

그리고 새삼 알게 되는 책들로부터 제 장바구니를 채우는 재미까지!

(이번 역시도 새로이 알게 된 책들로 장바구니가 두둑해졌다는 건 비밀입니다만...)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의 저자 '박지훈'은 독서가 곧 밥벌이였다고 하였습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기자 생활 가운데, 문화부에서 출판 분야를 담당했던

"책에 포위됐던, 때론 포박당했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더듬어 회상한 독서 에세이라고 하였습니다.


책에 의해

책으로부터

이루어졌던 그의 세계.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직업'이었지만

결국 '삶의 방식'이 되었다


일간지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던 시절,

일렁이는 세상 속에서 붙잡은 아른거리는 문장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삼 깨닫는 게 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출판 기자는 매주 나오는 신간 가운데 '금주의 책'이겠거니 싶은 작품들을 골라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 주에 문화부 사무실로 들어오는 신간이 200권 안팎이었고

하지만 지면(총 2개면)에 비중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은 많아야 서너 권에 불과했기에

시의성과 깊이, 저자의 이름값과 출판 시장에서 가지는 의미 등을 두루 살펴 '결선'에 오를 책들을 선별

그다음엔 주마간산 수준으로 책들을 훑어본 뒤 '최종작'들을 선정해 읽고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는


출판 기자로 일한 경험이 내게 어떤 유산을 남겼노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내게도 지성이라는 게 있다면 거기에 엷은 무늬를 새겼을 거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면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내가 책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삼 깨닫는 게 있다.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야릇한 조바심을 느끼곤 한다. A라는 책을 읽으면서 B라는 책이 보고 싶어 마음이 바빠지고, 어느 순간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C라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는 식으로. 아무튼 나는 내 이런 습관이 참 마음에 든다. - page 21


34권의 문학부터 사회과학, 경제경영, 철학, 역사,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그가 바라본 세상을 우리에게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책을 한 권 뽑자면...

아리사 H. 오의 《왜 그 아이들은 한국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나》

한국 해외 입양에 대해 다룬 이 책.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한반도에 휴전선이 그어진 뒤 한동안 대한민국 창공을 날아다닌 전세기로, 사람들은 그것을 '아기 비행기'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여기엔 주로 GI 베이비가 타고 있었는데 1956년부터 5년간 아기 비행기 26편에 실려 이역만리 미국으로 떠난 아이가 약 2,000명에 달했다고 하니...

(여기서 GI 베이비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초중반, 이 아이들의 어머니 중엔 고단한 운명 탓에 결국엔 성性까지 팔았고 그들의 아이는 미군 용품에 프린트된 'Government Issued(정부 지급품)'의 약자를 가져와 'GI 베이비'라 불렀다고 합니다.)

한국 현대사의 으슥한 뒤꼍에 내팽개쳐진 일들 가운데 가장 슬픈 스토리 중 하나였는데...

이 책으로부터 그는


머릿속엔 온갖 질문이 굴비처럼 달린다. 국가란 무엇이며 민족은 무엇인지,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한국인의 '범위'를 규정할 수 있는지, 아이의 부모 선택권은 없는지......

"좋은 책은 무엇인가" 묻는다면, 많은 답변을 늘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흔들거나, 생각을 자극하거나,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 좋은 책이라고. 좋은 질문이 담기거나 좋은 답이 실린 책, 혹은 그 둘을 모두 가진 것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무엇이고 좋은 답은 어떤 것일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질문이 훌륭할수록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답이 없더라도 생각할 무언가를 무더기로 던져주는 것도 때론 좋은 책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독자는 이런 책을 보면 독서 이후 찾아오는 온갖 질문들을 사유의 광맥으로 삼게 된다. - page 156 ~ 157


묵직하게 사유를 던져주었던 이 책.

더불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아이들 파는 나라》까지.

꼭 읽고 짚어보아야 했습니다.


또 '꼬리 잇는 책'을 일러주며 확장 독서로 이어지게 해 주었는데...

사실 한 권을 읽은 뒤 그 책과 연관된 책을 찾고 싶은데 찾지 못하는 저에게는 너무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는 그가 제목에서 언급한 바와 같았는데...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그다음 이어질 일은 뻔하다. 대형 산불이 나면 불로 불을 끄는 맞불의 방화선을 구축해야 하는 것처럼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page 336


그렇게 한 움큼의 재가 남을지언정 다시 제 독서에도 불타오르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처음 만난 타오르는 책은 무엇이었는지...

오늘은 그 책을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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