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이영희님의 서재
  • 필경사 바틀비 - 미국
  • 허먼 멜빌 외
  • 13,500원 (10%750)
  • 2010-01-08
  • : 3,347


i would prefer not to.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입이 딱 벌어져있던 중... 이어서 바틀비를 보고 먹먹한 마음.

'안하고 싶어요...'


1851년 고래잡이 배위의 모비딕에서, 1853년 승합마차가 다니는 월스트리트의 바틀비로 옮아간 허먼 멜빌에 적응하려고 애쓰며 읽었다. 모비딕의 화자 이슈메일과 혜원의 아름다운 캐릭터 퀴퀘크, 바틀비의 화자 고용주 변호사와 수동적 저항자 바틀비가 머릿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자유롭고 순수한 그리고 강인한 영혼의 퀴퀘크와 또 역시 그처럼 자유로우나 수동적이며, 섬약한 영혼의 바틀비... 나는 바틀비를 닮은걸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다는것, 그걸 관철하는 것의 지난함. 반사회성...조금 먹고 조금 움직이고 하고싶지 않은것을 거부하다가 격리되어,  그리하여 '제왕과 만조백관과 함께 잠든' 바틀비... 그는 굶어서 죽는다. 멜빌은 '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로 마지막 문단을 닫는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것, 그럼으로써 충만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다니는 일의 당연성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희령을 그저 공감하고 안아주고 수긍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게 그러지 못하는 것은 사회부적응자로 격리되어 굶어죽어간 바틀비때문이 아닌가...아, 바틀비여, 아 인간이여... 바득바득 하려고만, 이루려고만 하는 세상에서 그 반대쪽의 길을 가리키는 일의 불순함에 대한 슬픈 은유...비틀대는 바틀비, 비틀대는 독자 일인...


...

은유의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보다가 분명히 바틀비에게서 가져왔을 '그렇게 않하고 싶습니다.' 라는 한 꼭지의 제목을 보고...다시 생각이 나다, 바틀비...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