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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상님의 서재
  •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
  • 전효원
  • 14,400원 (10%800)
  • 2026-02-04
  • : 2,46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개하는 책📚


이 책의 제목인 '니자이나리'는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베트남어이다.

어쩌면 줄곧 말하고 있는, 혹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채 반복해서 말하는 동굴 속 아우성처럼 들렸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이 말을 가슴에 품고 누군가에게 말한다.

상대방이 들리지 않는 곳에, 먼 곳으로 떠난 지도 모른 채 인물들은 모두 말한다.


​책을 펼치며📖


극을 이끄는 주인공인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결혼을 한 '부응옥란'이라는 여자가 있다.

그는 베트남 사람이지만 보통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며, 눈 감고 듣고 있자면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녀는 통찰력이 뛰어났으며, 자신과 같은 이주민들이 곤경을 겪거나 위험에 처하는 일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본 모든 법률지식을 동원해 그들을 도왔다.

그녀는 어디에서든지 나타나서 이주민들을 도왔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불편해하고 꺼려했다.

이 이야기는 '부응옥란'이 다른 이주민을 도와주게 되고, 그로 인해 '김유정'이라는 인물을 만나 실종된 '문소평'이라는 중국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책을 읽다가 놀란 것이 몇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다른 여느 화자와는 달리 베트남 사람. 즉 이주민을 앞에 내세워 극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그들.

작가는 이해받지 못하고, 존중도 받지 못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대변하듯 그들의 입을 통해, 혹은 사건을 통해 말한다.

'아무도 사라져서는 안되며, 찾지 않는 이름들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이 책을 절절하게 말한다.


또 한 가지는 마장동 축산물 시장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것인데 , 실제로 작가는 마장동에서 칼을 잡아온 작가라고 하는데 이처럼 사실적인 묘사를 넘어 특유의 찐득하고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곳. 그 속에 생과 사 경계 속에 고기 덩어리가 매달려 있고, 칼이 오가고 저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곳.

그 공간이 주 무대가 되어 '문소평'이라는 인물을 찾아나간다.


이는 단순한 실종 추적극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책을 덮으며 잠시 생각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들이 있다.

그 이름은 이주민의 이름이다.

그 이름은 '예흐친'일 수도 있고, '이연화'일 수도 있으며, '이위진'일 수도 있다.

마지막 종착역에는 내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를 애워싸는 이름들 중에도 버려진 이름과 찾지 않는 이름이 있다.

나는 여전히 내 이름을 누군가 부르면 화들짝 놀란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서.

혹은 그 이름이 내 이름 같지 않아서.

또 다른 이유로는 내 이름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이유도 있다.

여러분의 이름은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가?

분명 중요한 건 세상에 존재하기 이전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마땅히 있는가?

나는 베트남 사람을 비롯하여 외국인을 자주 봐왔다.

'부응옥란'이 사는 시골 동네처럼 나도 시골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그들은 늘 다른 사람보다 피부가 약간 까맸으며, 햇볕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구분되지 않는 빛이 얼굴에 남아 있었다.

웃을 때도 표정은 깊지 않았고, 말끝은 언제나 서툰 한국어가 자리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들은 말이 없었다.

사실은 말이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으며, 얘기를 나눈 적도 없었기에.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풍경. 저마다의 생각과 의견 표출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내게 그들은 단순한 이주민이었으며, 아주 입체적이지도 않은 단순한 그림처럼 느껴졌다.

지금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벗겨지지 않는 비늘을 안구에 두른 것 같았다.


책을 덮으며📔


이 책은 추적극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범인과 쫓고 쫓기는 추적극이 아닌 지나간 일은 지나간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닌 늦었더라도 잘못된 일은 바로 잡는 일.

그것이 진정한 추적극이자 피해자의 혼을 달래고,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소실되어 가는 어느 존재를 찾아내어 소실되지 않게끔, 세상에 각인시켜주고 어떤 이의 집념과 원한, 분노가 마땅히 표출될 수 있도록 드러내주는 것.

나는 강변을 자주 산책하다가 멧비둘기를 마주했다.

옥수수알맹이를 던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속으로 그들을 혐오했다.

만연히 퍼진 뭉게구름이 피어올라 그들을 쏘아붙이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멧비둘기를 보았다.

징그럽게 생겼던 그들의 눈이 맑게 보였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때 느낀 감정을 소설로 썼고, 이 이야기 또한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어떤 존재들을 조명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책의 사건 전개가 그렇게 탄탄한 건 아니다.

물론 필력이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다.(약간 오글거리는 대사도 한 몫한다.)

허점은 분명히 있었고, 어쩔 수 없는 괴리감 또한 존재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소외된 이들에게 주목했고, 목격하고 드러내줬다는 것에 충실했다.

나는 그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만큼이나 예상치 못했던 전개 속에서 특별한 매력을 가진 소설임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어느샌가 이주민을 향한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 잡혀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우리가 만든 편견은 질문하지 않고 편한 분류 작업으로 세상을 보려는 괘씸한 심보일지도 모른다.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어.
시간 여행 같은 초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약간의 정성만 기울이면 돼.
때론 눈앞의 거짓 정보에 속지 않고 감춰진 진실을 추구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 P117
베트남 속담이에요. 늦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늦었더라도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죠.
억울한 사람은 없는지, 자기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운 사람은 없는지 확실하게 밝혀서요.-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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