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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지님의 서재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
  • 12,420원 (10%↓690)
  • 2019-10-23
  • : 6,235

나는

아무런 상처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

정여울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나는 왜인지

​

이 책을 자꾸만

'나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로 읽는다.

​

최근 힘든 일이 많았다.

육체적인 것보단 정신적으로.

​

11월이 된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시월에 머물러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그래서일까.

​

슬픔이 우울함이 되고

우울함이 좌절로 변모해갈 때

끊임없이 침잠해있느라 몹시 지쳐있었다.

​

그래서 김영사서포터즈 일로 받은 두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했고 리뷰도 쓰지 못했다.

그래도 그 두 책은.. 내가 해야할, 내 책임이며 의무이니

전체활동이 끝나기 전까진.. 이미 기간은 지났지만 써볼 예정이다.

​

그치만 그전에..!

나 자신에게 힘을 주기 위해 골랐던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저자정여울출판김영사발매2019.10.23.

포슬포슬한 느낌의 푸르고 푸른 표지여서

받자마자 마음이 부풀었던 기억이 난다.

​

오돌토돌하고 거친 표지를 쓰다듬으며

"네가 나를 달래줄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던, 그런 책.

​

이 책은 표지부터 목차, 내용까지

전체적으로 감성적인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비하의 의도가 아니다)

​

왜 괄호까지 달아가며 변명하냐면...

​

글의 내용중에 작가님이 '감성적'인 자신의 성향이

큰 상처였지만 이제는 좋아졌다고 하셨는데

그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서다.

​

감성적이란 것이 콤플렉스가 될 수 있다니.

내가 이 책에 느꼈던 첫인상이 조금 죄스럽게 느껴졌던 순간이다.

​

여튼,

총 네개의 장에서 진행되는 심리테라피는

각자가 독자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어서

통으로 읽기에도 좋고,

내가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읽어도 무리가 없었다.

내가 읽은 책들 중 가장 목차가 많은 것 같다.

작가님도 그런 부분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목차를 쪼개놓으신게 아닐까한다.

그때그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

사실, 이런 느낌의 '심리테라피'나

'힐링'을 주제로 하는 책을 선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요즘엔 내가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고 읽지 않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접해보려고 시도하는 중.

​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았던 점도 많고

아쉬웠던 점도 있다.

​

먼저, 좋았던점은 작가님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근거가 되는 심리학을 함께 다루어서

적용시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

힐링에세이나 자기계발서 등에서

근거 없이 무조건적인 명령으로

"아무튼 이겨내라! 너는 할 수 있다!"

하는 것에 반발이 있었기에..

​

이 책에서 작가님은 심리학을 공부하며

'페르소나(가면)'와 '그림자'의 용어가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 왔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후에도 여러가지 이야기에서 '그림자'가 나타난다.

​

사람은 역시 주관적인건지. 아니면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에게 대입이 되는 부분에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

그래서 자주 멈추었던 부분들은

낮은 자존감이나 열등감등의 뾰족한 감정이 뭉친 곳이었다.

내 그림자의 어두운 측면은 수없이 많다.

​

가장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실천하지 못하는 마음의 습관,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꼬일 대로 꼬인 방식으로 표현해도

상대방이 언젠가는 날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 어처구니 없는 낙관주의,

행복을 느낄 때 그 기쁨에 집중하지 못하고 온갖 걱정거리와 불안을 늘어놓으며

결국 그 행복을 즐기지 못하는 감정의 습관,

문제가 생겼을 때 조금씩 해결해나가면 될 것을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순간들.

​

그림자를 묘사하다보면 결국 내 삶의 핵심 트라우마와 만나게 된다.

결국 나 자신의 미워 죽을 것 같은 측면은

내게 일어난 나쁜 일들 때문이 아니라,

그 일에 대처하는 내 우유부단함이나

행복조차 순수하게 행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도한 예민함 때문이라는 것을,

​

후회의 대부분은 마음챙김의 고삐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것임을 알게 된다.

​

정여울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p.84

이 부분이 소름끼치게 나같아서 놀랬다.

​

정여울 작가님은 여러가지 심리학을 인용하며

결국 내가 자신을 보듬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가진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인정하여 끌어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

그 방법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내 안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

이 부분이 내가 아쉬웠던 부분이다.

​

물론 작가님도 심리학을 배울 때

자신의 그림자와 온전히 마주하여 화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싶었다고 하기는 했지만..

​

결국은 그게 해결책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정말 답이 맞는지에 동의하기 어렵다.

​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부정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게 정말 끝일까.

​

"심리학적 대면은 자신의 좋은 점만 부각하는

지나친 긍정심리학의 유아성과 결별하는 것이다.

대면은 상처의 빛과 그림자 모두를 차별 없이 끌어안아,

마침내 더 크고 깊은 나로 나아가는 진정한 용기다." (p,86)

​

이게 정말 모든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일까.

나는 조금 의문스러웠다.

​

그럼에도 이 책이 싫지 않은 것은,

긍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많아서다.

​

나를 가장 힘들게하는 '열등감'에 대해 다룬

<열등감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길> 부분이 그랬다.

작가님이 제안한 방법은 세가지였다.

1

'신 포도의 심리' 를 극복하기

​

2

고통의 최고점과 행복의 최저점을 정하기

​

3

감정의 미묘한 차이들을 또렷하게 구분하기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1과 3의 방법이었다.

​

1의 방법은

내가 갖고 싶은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보면 더이상 '신포도'로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람의 탁월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쪽이 되는 것이다.

​

타인의 탁월성을 인정하면 삶이 더욱 풍요하고 아름다워진다고.

​

3의 방법은 감정의 미묘한 차이들을 또렷하게 구분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고통과 절망을 구분하는 것,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구분하는 것,

짜증과 슬픔을 구분하는 것.

​

작가님은 영화 <더 파티>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이야기했는데

정말 공감이 갔다.

영화 <더 파티>에서 갑자기 유리창이 깨져버려​

망연자실한 사람들을 보고 한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유리창이 깨진 거지, 영혼이 부서진 것은 아니야."

​

정말 그렇지 않은가,

힘든 일이 생긴 것이지, 반드시 절망해야 할

필연적인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니다.

극복해야 할 힘든 일이 생긴 것뿐이지,

그게 희망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

정여울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p.84

그렇지 않은 문제들에서도

자꾸만 다른 문제나 감정으로 환원해버리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삶이 더 비관적으로 느껴지는건 아닐까.

그래서 자꾸만 더 하찮아지고 보잘것 없어지는 게 아닐까.

돌아보게 되는 글이었다.

​

그래서,

'콤플렉스'나 '우울증'등의 심리학 용어를

남발하는 사회에 부정적이라는 작가님 말에 동의했다.

​

나는 내가 이겨낼 수 있는 문제나

감정에 자꾸만 이길 수 없는 감정을 덧대어

더 확대하고 과장했을지도 모른다.

​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는 약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위로하는 따스함>챕터에서

읽었던 내면아이를 위로할 수 있는

어른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안에는 죽을 때까지 좀처럼 자라지 않는

내면아이가 살고 있다.

​

이 내면아이는

피터팬처럼 영원한 순수를 간직한 사랑스러운 모습이기도 하고,

상처 입은 채 하염없이 눈물 흘리지만 도와달라는 외침조차 안으로만 삼키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정여울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p.128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하고 다짐했다.

+ <그림자 노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

이 부분은 내가 말하던 결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좋았다고 꼭 언급하고 싶은 챕터다.

​

표면적으로 보이는 일들이 아니기에

인정하려 하지 않는 수많은 그림자 노동들.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눈에 띄지도 않는 그림자 노동 덕에

사회가 돌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고 작가는 이야기했다.

​

살림과 육아에서부터 시작해서

카페의 셀프서비스, DIY식 가구조립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혹은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가없이 해내는 모든 일이 그림자 노동이라고 한다.

이거 이거!!! 완전 한국사회의 핵심 문제 중 하나 아닌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더 큰 문제고..!

​

이반일리치는 『그림자 노동』에서 대가 없는 노동이

우리의 삶을 더 복잡하고 교묘하게 불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다.

그림자 노동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우리의 자존감을 빼앗고,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앗아감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은밀하게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

그림자 노동으로 인해 우리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

창조적으로 사유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그림자 노동에 빼앗기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에겐 스스로의 삶을 빛내는 가치 있는 노동의 주인이 될 권리가 필요하다.

​

정여울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p.41

NO PAY NO WORK.

알겠냐 이세상아!!!!! ㅠㅠ

제발 돈 안 줄꺼면 시키지도 마라!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명령하지도 말고

그렇게 시킨 일이면 인정이라도 해줘라!

​

NO WORK NO PAY면

NO PAY NO WORK 라고.

​

자본주의로 찍어 누를거면

제발 모순적으로 하지 말란 말이야..

세상에 당연한 노동은 없다.

있다면 그건 아마 부동한 노동일것.

그림자 노동이야기가 나와서

갑자기 급발진해버렸지만,

아무튼 이 책의 도움을 꽤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모든 챕터와 모든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만큼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각자가 자기에게 맞는 처방을 받아갈 수 있기를.

​

나를 돌보지 않는 내가

나를 돌아보는 내가 될 수 있게.


나는 아무런 상처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 P198
그녀는 밤새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아픈 상처를 털어놓은 뒤 지쳐 쓰러져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너는 강인한 전사야. 절대 물러서지마. 너는 네가 꿈꾸는 삶을 지킬 권리가 있어. 아무도 널 함부로 상처 줄 수 없어." 그녀가 잠들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말이 나 자신을 향한 위로이기도 함을-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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