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흥미를 끌어들이는 제목이다.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던지라 어떤 책일지 궁금했다.
집에 택배가 도착했을 때 상상이상의 묵직함에 흠칫 놀랐는데,
포장을 뜯으니 왜 책의 책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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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두꺼운 표지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갖고 있었고
후가공이 된 듯한 책등과 표지보강제는 붉고 맨질맨질했다.
표지 여기저기에 있는 책에 대한 설명.
예컨대 머리띠 싸개(나는 이 부분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나
책머리, 책발, 책입 등등.. 내가 당연히 여기던 책의 모든 부분에
적혀있는 설명이 신기했다. 책은 입과 발이 있다.
그래서 그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멀리 멀리 나아갈 수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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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표지를 넘기니 안에도 면지나 문양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꾸릿한듯한듯한 촉촉한 냄새와 칼칼한 향이 났다.
이 책의 시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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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책에 대한 내용이
종이가 만들어진 시대(혹은 그 이전)부터
전자책으로 대체되려하는 지금 이 현대까지 흘러나온다.
길고 긴 책의 역사는 인류역사와 동떨어져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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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종교 사상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역사에 맞닿아있는
책의 진화과정은 새로웠다. 특히 종이가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 그랬는데
종이 발명전까지 오랜 기간 쓰였던 양피지의 폭력적인 역사와,
사람의 피부로 무두질한 어떤 가죽 표지들이 소름끼쳤다.
고고한 고급이미지로만 알고있던 양피지가
수많은 어린 동물의 피를 흘린 뒤 만들어진 것이란 것도 그랬지만
신성성의 고집으로 순결한 더 고가의 제품을 위해
갓 태어난 동물이나 사산된 동물까지 사용했다는 역사는
인간의 잔혹함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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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물성에 대한 사랑과
그 고집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에게 전한다.
전자책이 생기고 꽤 많은 곳에서 화면이 종이를 대체해가는
추세이지만, 이 책을 보니 종이 책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볼펜이 개발되었을 당시 모든 연필이 사라질거란
전망이 있었음에도 볼펜이 연필을 영원히 대체하지 못한 것처럼.
종이 책도 언제나 우리의 곁에서 촉촉한 향을 품으며
하얗게, 때로는 노랗게 빛을 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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