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지리서는 어려워요
나는 가장 어려운 책이 역사서와 지리서이다. 요즘에는 책을 읽으면 졸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역사서나 지리서를 보면 아직도 잠이 온다. 한참을 읽어도 그 내용이 그 내용 같다. 그냥 사건들이 나열된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는 걸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렇게 사건만 나와 있는 역사 또는 지리책은 나에게 정말 지루한 책이고 읽다 보면 어느새 잠이 온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읽기는 한다. 매번 졸리고 재미없지만 꾸준히 그 졸림을 이겨내고 읽는다. 하지만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냥 사건들이 있었고 그 안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정도다. 이번에도 용감하게 지리와 세계사 책을 펼쳤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대화 형식의 문체를 사용하고 있다. 마치 옆에서 설명해 주는 기분이 들어서 다른 책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기억에도 잘 남았다. 마치 유튜브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도 또한 자주 등장해서 이해를 도와준다.
그리고 읽는 중간중간 한영준 작가의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공장'을 같이 보니 더 도움이 되었다. 지리와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나처럼 책을 읽는 것이 너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유튜브 채널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 소개
한영준
유튜브 채널 〈두선생의 역사공장〉에서 역사와 지리, 세계와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바둑을 가르쳐준 아버지와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격언으로 삼았다. 지도와 역사책을 끼고 살며 친구들에게 아는 척하기를 좋아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과거를 살다 간 사람들과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 관심이 커졌고, 암기력이라는 잔재주를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 안에서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로 일하게 되었지만, ‘역사’라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2019년 말부터 유튜브에서 지도를 펼치기 시작했다.
두강생들을 위해 ‘역사를 위한 지도, 시사를 위한 지리(역지사지)’라는 콘셉트의 역사 강의를 하는 ‘두선생’으로 활약하고 있다. 역사라는 잘 차려진 요리에 재미 한 스푼, 정리 한 스푼, 통찰 한 스푼을 넣어 유통 중이다. ‘역사와 인문사회학 대중화’를 목표로 ‘역사 소상공인’ ‘지식 유통업자’의 길을 걷고 있다.
CHAPTER 1. 중동
이슬람
현재 전 세계 약 20억 명, 60여 개국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슬람 문화권에 포함되는데요. 42p
이란 - 아리아인이 사는 땅
이란은 20세기 초반까지 페르시아로 불렸어요. 이란인의 조상들이 살던 지역인 '파르사Parsa(파르스Pars)'에서 유래한 명칭이죠. 1935년 당시 팔레비왕조의 초대 국왕인 레자 샤가 국제사회에 '이란'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하면서 이후 대중적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란'은 초기 인도유럽인들을 통칭하는 '아리아Arya'에서 온 말로, '아리아인이 사는 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39p
중동의 역사 분류
중동의 역사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슬람교 성립 이전과 이후. 먼저 7세기 초부터 13세기까지 42p
터키
중국 역사를 보면 '돌궐'이라고 기록된 유목 민족이 등장합니다. 중국 북부 초원에서 당나라와 경쟁하며 맹위를 떨치지만 쇠퇴하고 서쪽으로 이동해요. 그렇게 서쪽으로 이동한, 돌궐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튀르크'라고 기록됩니다. 58p
CHAPTER 2. 유럽
북유럽의 발전
역사가 흐르면서 유럽의 무게 중심이 조금씩 북서 유럽으로 이동합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자리에는 게르만족들의 부족 왕국이 세워집니다. 이때 이슬람교로부터 유럽을 지키고 로마 가톨릭 교황을 옹립하며, 새로운 '로마황제'로 추대된 대제국이 프랑스에 등장합니다. 프랑크왕국이었죠. 이후 프랑스는 중세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중앙집권화에 성공해서 유럽을 주도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합니다. 101p
CHAPTER 3. 미국
미국은 크게 북동부, 남부, 중서부, 서부로 구분할 수 있어요. 미국의 정신적 고향 북동부는 산업과 경제가 발달한 대도시가 많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죠. 따뜻한 남부는 경제적·종교적 이유가 섞이며 대개 보수적이고요. 내륙지역인 중서부는 곡물 산지와 제조업과 중공업 지대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부는 인구가 적고 보수적인 산악지대, 그리고 경제가 발달하고 자유주의적인 태평양 해안으로 나뉘죠. 160p
CHAPTER 4. 중남미
식민지배
미국 이남의 나라들은 대부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중남부 아메리카는 히스패닉 아메리카(스페인계 아메리카), 이베로 아메리카(이베리아반도 국가들의 영향을 받은 아메리카)로 불리기도 했어요.
그러나 중남미의 독립을 주도했던 현지 엘리트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제국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했다고 해요. 여기에 19세기 프랑스가 세계적인 문화 선진국이기도 해서 라틴아메리카라는 용어가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169p
CHAPTER 5. 아프리카
운동 유전자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가나, 토고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에 축구를 잘하는 나라들이 많고,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에는 마라톤을 잘하는 나라들이 많다고 이야기했었죠.
일부 연구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유전적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근육의 힘을 관장하는 백색근이 유전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이 서아프리카에 많아서 축구나 단거리 육상에 강한 나라들이 많다고 하고요. 반대로 동아프리카에는 지구력에 영향을 주는 적색근이 유전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이 많아서 마라톤 같은 장거리 육상 강국이 많다고 해요.
이런 유전적 다양성 때문에 니그로이드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아인종으로 나누기도 하고, 다른 부족과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자에 따라 견해도 다르고 아직 정설이 있지 않은 상황이죠. 228p
이 책은 지리서이다. 이전에 역서사는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지리를 위주로 설명한 책은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접하는 지리서라서 그런지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얘기들이 나온다. 물론 역사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 그 역사를 지리에 얽혀 설명하고 있다. 보통 역사서는 지리가 부가적인 요소가 되지만, 이 책은 지리에 따라 설명을 하다 보니 그 위에는 누가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역사서는 시간을 주축으로 삼는다면 지리서는 공간을 주축으로 삼는다. 그래서 하나의 공간을 정해놓고 시간적 배열을 통해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막상 읽어보니 이런 식의 설명도 상당히 괜찮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총 5개 대륙을 설명하는데 가장 먼저 시작한 대륙이 중동이라는 점이 좀 의아했다. 저자가 왜 중동을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중동에 관심이 많아서 나에게는 좋았다. 그리고 읽다 보니 재일 책장이 안 넘어가는 부분은 미국이었다. 단 300년의 역사밖에 없는 미국이기에 지리에 대한 내용이 그리 많지가 않다. 다른 대륙들은 수천 년의 역사를 설명하고 그 땅에는 누가 살았는지 얘기하지만 미국은 신대륙 발명부터 설명하고 있으니 내용이 좀 단순하다.
분명 북미대륙에도 이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의 문화가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도 좀 더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힘들어하는 분야인 역사를 다른 방식으로 접하니 또 새롭고 많이 배운 책이다.